[횡설수설/허문명]뉴지엄과 프레시움

  • 입력 2008년 4월 11일 02시 59분


언론자유는 민주주의의 생명선과 같다. 생각을 자유롭게 밝히면서 의견을 모아 가는 민주주의 절차의 기본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좋은 물건이 시장에서 대접받듯이 ‘좋은 생각’이라야 생각의 시장에서 살아남는다. 언론자유를 통해 생각이 자유롭게 표현될 수 있어야 생각의 시장에 질 좋고 건강한 정보가 유통된다. 잘못된 정보를 전파한 미디어는 당장은 독자나 시청자를 속일 수 있어도 오래가지 않아 그 진상이 드러나 퇴출되고 만다.

▷사회학자인 미국 프린스턴대 폴 스타 교수는 미국이 초강대국이 된 이유를 바로 언론자유 덕분이라고 단언한다. 헌법을 통해 언론자유를 적극 보장한 체제가 부와 권력 창출의 동력이 되었다는 것이다. 11일 미국 수도 워싱턴에 재(再)개관한 세계 최대의 언론박물관 뉴지엄(NEWSEUM·News+Museum)은 그의 말이 허언(虛言)이 아님을 보여준다. 찰스 오버비 관장은 “이곳을 찾는 세계인들이 건물 외벽에 조각된 미국 수정헌법 1조(국회는 언론자유를 제약하는 어떤 법률도 제정할 수 없다)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버지니아 주 알링턴을 떠나 6년 만에 백악관과 국회의사당을 잇는 펜실베이니아가(街) 한복판에 자리 잡은 뉴지엄의 재개관에는 4억5000만 달러(약 4500억 원)의 큰돈이 들었다. 동아일보 창간호도 전 세계의 기념비적 신문들과 함께 5층에 걸렸다. 신문박물관은 미국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벨기에 일본 한국 등 세계 7개국에만 있다. 동아일보가 창간 80주년을 맞았던 2000년 서울 청계천 초입에 자리 잡은 동아미디어센터 3, 4층에 신문박물관 ‘프레시움(Presseum·Press+Museum)’을 열 때도 뉴지엄을 참고했다.

▷프레시움은 한성순보 이후 117년에 걸친 우리 신문의 역사를 보여주는 전문 박물관일 뿐 아니라 도심 속 문화공간의 역할도 하고 있다. 3월 말 현재 36만여 명이 다녀갔다. 이달에는 전 세계 분쟁지역을 찍은 포토 저널리스트 정은진 씨의 ‘카불의 사진사’전(展)이 30일까지 열린다. 그가 1년 동안 직접 생활하며 추적한 아프간 여성들의 참담한 실상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애가 사진들에 담겼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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