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존 태국 주재 미국대사는 “미 대선은 최고의 대중(大衆)외교 수단”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힐러리 클린턴, 버락 오바마, 존 매케인이라는 남다른 후보 세 명을 배출했다.
영국 BBC 국제뉴스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몇 년 만에 미국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늘었다고 전했다. 전년도에 31%였던 긍정적 인식은 35%로 늘었다. 부정적 인식은 52%에서 47%로 줄었다. 놀랄 만한 일도 아니다. 이는 세계가 조지 W 부시 행정부 이후를 내다보고 있음을 시사한다.
공화당의 가치는 사형제 유지에서부터 종교의 사회적 위상에 이르기까지 유럽의 주류와 거리가 멀다. 유럽인들은 민주당의 푸른색으로 칠해진 미국만을 보고자 한다. 그 외의 미국이란 교회와 카우보이, 전기의자가 뒤섞인 실망스러운 나라일 뿐이다.
그러나 아시아는 사정이 다르다. 아시아의 3강인 중국 인도 일본은 부시를 호의적으로 보고 있다. 반면 민주당 행정부에 대해선 공포심으로 가득하다. 이들은 미국의 강대국 정치를 마음 편하게 느끼는 듯하다.
그렇다고 이 아시아 국가들이 이라크 침공을 반긴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중국과 인도는 세계를 전통적인 세력균형의 관점으로 본다. 유럽식의 국제적인 기구 형성이나 소프트 파워의 프리즘 대신 ‘힘과 국익’이라는 가치를 중시한다는 뜻이다.
이 아시아의 대국들은 공화당 정책을 더 편안하게 받아들인다. 인도는 공화당이 자유무역 경향을 보인다고 여긴다. 어린이 노동 등 개별 사안에 대해서도 공화당이 덜 까다롭다. 부시 행정부가 인도 핵을 다루는 정책이나 군사적 유대관계 개선 등도 인도로서는 편하다.
인도가 두려워하는 것은 민주당 대통령이 나와 공화당이 이룬 이 같은 성취를 모두 뒤집는 것이다.
중국도 오바마나 힐러리가 이겨 보호무역주의 기류가 확산될 가능성에 큰 두려움을 갖고 있다. 민주당 대통령이 나오면 티베트와 다른 지역에서의 인권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도 우려한다. 북핵 6자회담은 부시 정권하에서 중국과 미국의 외교적 상호작용을 굳건하게 만들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미국과의 전략적 관계를 강화해 중국을 견제해 온 일본은 부시 행정부의 비대칭적인 군사동맹 공약 보장에 안도해 왔다. 오키나와의 불쾌한 사건들에도 불구하고 주일미군 유지는 일본의 최우선 정책 고려사항이다.
공화당은 이 같은 전략들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그 때문에 이 아시아 국가들도 공화당에 기대고 있다.
오바마나 힐러리는 대통령이 될 경우 ‘아시아 정책의 연속성’을 중시한다는 점을 확인해 이 나라들의 걱정을 잠재워야 한다. 무엇보다 아시아에서 힘의 균형이 치우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또한 미국은 자유무역을 지키는 세력이 돼야 한다. 저개발국가의 모델이자 민주국가인 인도와 강력한 동맹을 유지하고 중국과는 동반자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부시 대통령은 백악관으로 들어선 뒤 ABC(Anything but Clinton·클린턴의 정책만 아니라면 좋다)라는 멍청한 외교정책을 썼다. 민주당 대통령이 선출된다면 ABB(Anything but Bush·부시의 정책만 아니면 좋다는 정책)가 작동하지 않는 아시아에서 더 현명한 정책을 펼칠 것임을 증명해야 한다.
로저 코언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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