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병리학 박사(미국 캔자스주립대)로 정부 산하기관인 충남농업기술원 원장이던 최성호 씨는 2006년 돌연 사표를 던지고 충북 괴산에서 고추 농사를 짓고 있다. 정년을 8년여 남기고 안정된 직장을 나와 농민으로 변신한 것이다. “농업도 경영 마인드를 갖고 잘만 하면 얼마든지 도시 사람보다 높은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전직(轉職)을 결심했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는 지난해 농사로 다른 농가보다 3배가 넘는 수익을 올려 주변을 놀라게 했다. 올해는 5배 수익이 목표다. 그는 “농촌 현실이 외부에 실제보다 어둡게 포장되어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예컨대 40대 가장을 둔 농가의 평균 연간소득은 2006년 4558만 원으로 40대 도시근로자 가구의 4394만 원보다 164만 원 많았다. 싼 물가, 높은 삶의 질 등 장점이 많은데도 농촌은 으레 낙후되고 힘든 곳이라는 인식이 뿌리내려 있어 젊은 층이 기피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친환경’ ‘참살이’ 등 새로운 흐름이 전개되면서 농업으로 큰돈을 벌 수 있는 기회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에 착안해 ‘기업농’을 꿈꾸는 108개 법인이 한국농업CEO연합회를 2005년 창설했다. 전문적인 농업경영을 배우려는 지망생들도 급증하고 있다. 여주농업경영전문학교는 어느새 명문대 졸업생들이 지원하는 곳으로 소문이 났다. 졸업을 하고 나면 다들 소득이 크게 높아져 농업의 MBA(경영전문대학원) 코스로 불린다. 세계는 농산물 가격 급등이 촉발하는 이른바 애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 한국 농업은 호된 시련 속에서도 바야흐로 도전의 시대를 맞고 있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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