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소년 조지가 갖은 모험을 통해 우주와 물리학 세계를 배우는 ‘조지의 우주를…’은 호킹 교수와 그의 딸 루시 호킹(38) 씨가 함께 지은 소설. 소설가이자 저널리스트인 루시 씨는 아버지와의 공동 집필에 대해 “유쾌하고 흥분된 작업(entertaining and exciting project)”이라 말했다. 특히 자신이 태어난 1970년 아버지가 블랙홀 이론에서 획기적인 발견을 한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바쁜 일정에도 저자인 호킹 부녀는 14일 ‘조지의 우주를…’의 국내 출간(랜덤하우스코리아 발행)에 맞춰 본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 응했다. 몸이 불편한 호킹 교수를 대신해 루시 씨가 아버지의 대답까지 함께 작성해 보내 주었다.
―과학자인 교수나 소설가인 딸 모두 어린이를 위한 과학소설을 쓴 건 처음 아닌가.
“우리 부녀의 공동 작업은 정말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아버지는 소설을 써 본 적이 없고, 난 과학에 젬병이었다. 솔직히 어마어마한 공부를 해야 했다. 아버지가 이론물리학계에서 40년간 이룬 업적을 책에 담는다는 건 엄청난 일이었다. 하지만 우린 그 모든 걸 ‘진짜로’ 즐겼다. 이런 기회를 갖는 것 자체가 행복했다.”
―말처럼 쉽진 않았을 텐데…. 흥미로운 경험이었다고 해도 힘든 점은 없었나.
“물론 있었다. 아버지는 소설의 흐름을 위해서 물리법칙을 손보는 걸 조금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랬다면 훨씬 일이 쉬웠을 거다. 하지만 작업하는 동안 아버지의 사고 구조가 얼마나 명확한지 알게 된 건 큰 수확이었다. 아버지의 머릿속엔 백과사전이 들어 있다! 특히 다른 사람은 보지 못하는 아주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는 능력을 지니고 계시다.”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뭔가.
―두 사람의 어린 시절도 궁금하다.
“아버진 학창 시절 반에서 한 번도 1등을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언제나 세상과 우주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궁금해했다. 친구들은 그 잠재력을 눈치 채고 ‘아인슈타인’이라 불렀다고 한다. 난 예술에 관심이 많았다. 발레리나가 되고 싶었지만 우아함이 부족했다! 과학자가 됐다면 아버지가 기뻐하셨겠지만 강요는 하지 않으셨다. 단지 어떤 삶을 살건 과학에 관심을 놓지 않길 바라셨다.”
―왜 어릴 때부터 과학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나.
“과학은 우리 삶에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세상은 급변하지만 아이들 시대가 되면 어릴 때부터 과학과 친숙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과학이 얼마나 매력적이고 즐거운 것인지 알려주고 싶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소설 속 조지의 부모는 과학자가 아니라 생태환경 운동가였다.
“그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아름다운 지구를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우주에는 신비하고 흥미로운 세상이 많다. 하지만 지구처럼 멋진 곳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아이들이 이 지구를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도 과학을 배워야 한다는 걸 일러 주고 싶었다.”
―공동 작업은 앞으로도 계속되는가.
“이미 우리는 조지에 대한 두 번째 책을 쓰고 있다. 우주여행을 중심으로 한 위대한 모험 이야기다. 역시 마찬가지로 어린 독자들이 많은 걸 배우길 희망한다. 아버지는 곧 우주비행선에 탑승할 계획이다. 우린 점점 우주에 가까워지고 있다. 하하.”
―한국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아버지는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하셨다. 그때마다 즐거운 여행이었다고 기억하신다. 특히 한국인들의 따뜻함과 친절함에 크게 감동했다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한국 독자들도 이 책을 즐기길 바란다. 우리가 사는 놀라운 세상에 대해 조금이나마 느끼고 배우길 진심으로 소망한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