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은 땅의 85%가 평평한 구릉지대인 데다 일조량까지 풍부해 천혜의 농지였던 것이다. 더욱이 면적은 남한의 1.6배이면서도 인구는 200만 명밖에 안 돼 농지를 대부분 외국인이나 외국 기업에 50년 장기 임대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그는 틈만 나면 “연해주에서 농사를 짓자”고 말하고 다녔다. 지금까지 연해주에 다녀온 횟수만 134번이다. 처음에는 모두 코웃음을 쳤다. 쌀이 남아도는데 무엇 하러 연해주까지 가느냐는 반응들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현대중공업, 남양알로에, 하림, 대순진리회, 동북아문화교류협회 같은 기업과 종교·문화단체가 연해주에 진출해 남한 농지의 6분의 1, 서울시 전체 면적의 5배에 달하는 30억 m²(약 9억 평)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생산된 쌀도 무공해 ‘웰빙 쌀’로 인기가 높다. 대북(對北) 지원용으로 북한에 28차례나 제공됐다. 이 원장은 농장의 인력으로 현지 고려인과 북한 노동자를 함께 쓰는 방안이 적절하다고 본다. 연해주는 1937년 스탈린이 고려인 17만3000여 명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시키기 전까지만 해도 인구의 70%가 고려인이었다. 지금은 북한 노동자도 많이 들어와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그제 미국으로 향하던 비행기 안에서 해외식량기지로 연해주를 거론했다. 정확한 지적이라고 이 원장은 말한다. 연해주는 이미 식량기지의 조건을 충실히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현지에서 나는 콩과 밀만으로도 한국의 부족분을 메울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200∼400%나 되는 곡물 관세가 문제다. 이 원장은 “자기 나라 자본과 인력을 투입한 해외농업기지 곡물에 관세를 물리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고 했다. 한 농업선구자가 가능성을 찾아낸 해외 식량기지는 세계적 식량위기 속의 한국에 내린 한 줄기 빛 같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