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제안은 오바마 의원만이 했던 것은 아니다. 이라크연구그룹(ISG)도 2006년 말 비슷한 주장을 담은 보고서를 냈다.
임기가 9개월 남짓 남아 있는 상황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정보기관의 판단만으로 이란 핵시설에 대한 정밀타격에 나설 것 같지는 않다. 미국은 거의 10년 동안 치른 ‘테러와의 전쟁’으로 이미 상당히 지쳐 있다.
이 같은 상황을 틈타 이란은 더 야심 차고 공격적으로 핵 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중동지역의 패권국가 자리를 노리는 이란은 이라크를 반영구적 혼란상태에 묶어 둔 채 이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려 시도하고 있다.
그렇다고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 독재자들과 만나 직접 협상하겠다’는 오바마 후보의 아이디어에 찬성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정식 외교루트를 통해 이란과의 접촉을 계속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당장 어떤 돌파구가 마련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조지타운대 빅터 차 교수가 주장했던 ‘매파적(hawkish·철저한 검증과 상호주의를 강조하는) 관여’를 통해서만 국제사회가 이란에 대한 압력을 효과적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으며 이란이 좀 더 나은 행동으로 나올 수 있도록 이끌 수 있다.
미국은 대화를 시도하고 협상에 나섬으로써 ‘이라크 유혈사태의 진짜 이유는 미국의 고집이나 텍사스 카우보이식 외교안보정책이 아니다’라는 것을 세계에 입증해야 한다.
이란과 인내심을 갖고 협상했지만 아무런 진전을 이루지 못할 경우 미국은 전 세계의 반미세력에 ‘진짜 문제는 워싱턴 때문에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납득시킬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같은 과정은 이미 어느 정도 진행 중이다. 지난달 이란이 이라크 반군을 지원하면서 촉발된 바스라 무력충돌을 목도한 뒤 이라크 정치인들은 ‘이란이 건설적이지 않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며 이란의 핵 야심은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란의 악행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가능한 한 많은 국가가 이란에 대한 압력을 늘려가는 것이다. 미국과 중동 내 수니파 국가들, 이스라엘, 다른 미국의 동맹국들이 그 대열에 이미 동참했다. 이 같은 국제적 압력의 대열에 러시아와 중국, 인도 같은 나라도 참여해야 한다.
미국은 이란으로 하여금 핵 확산이나 폭력사태 개입 등의 행동을 고치지 않을 경우 국제사회의 제재가 더욱 강경해지고 원유수출에도 제동이 가해질 수 있다는 점을 두려워하게 만들어야 한다.
오직 선의만을 가지고 순진하게 협상에 나설 것을 요구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측면이 강하다. 명확한 어젠다가 세워지지 않은 채 정상회담을 하는 것 역시 시간낭비일 뿐이다.
‘협상 테이블에서 부드럽고 친절하게 대할 경우 이란이 지금까지의 태도를 바꿔 호의적인 자세를 취할 것’이라고 믿는다면 그것은 단지 기대 섞인 바람일 뿐이다.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올바른 선택은 여전히 ‘현실정치에 따라 대화를 게을리 하지 않되, 이 같은 노력이 실패할 경우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것’이다.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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