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피는 전쟁에서 승리한 장수에게 주어지는 전리품이나 기념품을 뜻하는 말이었다. 젊고 아름다운 여성을 최초로 트로피에 비유한 것은 미국 경제잡지 포천의 1989년 8월 28일자 커버 스토리였다. 중장년의 백만장자들이 나이 든 조강지처(糟糠之妻)와 이혼하고 새로 얻은 젊고 아름다운 부인을 ‘트로피 와이프(Trophy Wife)’라고 부른 것이다. 1994년 89세의 억만장자 하워드 마셜은 손녀뻘 미인을 트로피 와이프로 맞았다. 플레이보이 잡지 모델이던 애너 니콜 스미스는 마셜과 63세 차인 26세였다.
▷여성의 사회활동이 늘면서 트로피 남편이란 신조어도 생겼다. 성공한 여성들이 골라잡은 ‘돈 있고 권력 있는 남편’을 두고 하는 말이다. 여배우 제인 폰다의 남편 테드 터너 CNN 창립자, 인기 모델 신디 크로퍼드의 남편 리처드 기어, 심지어 재클린 케네디의 남편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도 트로피 남편으로 분류된다. 부부 가운데 누가 트로피인지를 가리기 어려운 ‘트로피 커플’도 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대표적인 경우다.
▷5월 퇴임을 앞두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56) 러시아 대통령이 32세 연하의 트로피 와이프와 재혼할 것 같다고 영국신문 텔레그래프가 러시아신문을 인용해 보도했다. 상대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리듬체조 금메달리스트인 알리나 카바예바(24). 미모의 카바예바는 러시아 현역 하원의원이다. 푸틴은 부인 류드밀라(50)와 최근 결별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백년해로(百年偕老)는 간데없고, 약간 성공하면 집을 바꾸고 크게 성공하면 아내를 바꾼다는 세태의 러시아판인가.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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