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허문명]女性美

  • 입력 2008년 4월 23일 03시 01분


[로이터/동아닷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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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남자들을 상대로 얼음물에 손 담그고 오래 참기 실험을 했더니 예쁜 여자 앞일수록 잘 버텼다고 한다. 동상에 걸릴 때까지 참은 ‘오버 맨’도 있었다. 아름다움이 ‘권력’이라고 감히(?) 말한 독일 정신과 의사 울리히 렌츠는 “예쁜 아이일수록 엄마의 키스를 많이 받고 예쁜 죄수일수록 형이 가벼워진다”고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미국 작가 나오미 울프는 “아이와 부엌에서 겨우 해방되니까 이제는 아름다움이 여자들을 옥죄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미와 성공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고 미국 컬럼비아대 비즈니스 스쿨 매들린 헤일먼과 멜라니 스토팩 교수 팀은 말한다. ‘특히 고위직에 올라갈수록 너무 섹시해서는 안 된다. 능력은 그저 그런데 미모를 이용해 경력을 쌓았을 것이라는 편견에 부닥치게 된다.’ 그러니 일하는 여성들이여, 유리 천장을 뚫고 정상에 오르고 싶다면 치마보다는 바지에 몸을 숨길 일이다. 일 잘하는 ‘얼짱 여성’은 미디어가 만든 환상일지 모른다.

▷스페인 첫 여성 국방부 장관 카르메 차콘(37)이 제복이 아니라 세련된 임신복을 입고 사열해 지구촌의 화제가 됐다. 첫 공식 업무로 임신부용 흰 블라우스와 헐렁한 바지에 군화를 신고 산부인과 주치의까지 대동해 아프간의 자국 군 기지를 방문했다. ‘군 경험도 없는 젊은 여자가 어떻게 7만9000여 명의 군 수장이 되느냐’는 비판여론이 쑥 들어갔다. ‘사나이 부대’로 콧대 높던 미 해병대도 여성 해병 모집 광고를 내면서 전투복 차림으로 얼굴에 위장(僞裝) 칠을 한 여성 해병 모델 사진을 싣고 그 밑에 이렇게 썼다. ‘화장 그 이상의 변신’.

▷전문직 여성들의 아름다움이 ‘얼짱’에서 ‘미션(사명이나 임무)’을 수행하는 아름다움으로 바뀌고 있다. 힘들고 위험한 우주공간에서 쾌활함을 잃지 않은 이소연 씨의 일거수일투족도 아름다웠다. 9일 동안 18가지 과학실험을 매일 10시간씩 하는 전례 없는 강행군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고 시종일관 침착했다.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 당선자 부인의 화장기 없는 얼굴에 청바지 차림도 어느 연예인보다 매력적이고 아름답다는 평을 받았다. 일하는 여성들의 아름다움이 이제 일 속에서 발견되는 시대가 왔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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