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대통령이 재임 중 육사 11기 동기생들을 불러 사적(私的)인 술자리를 가질 때 정호용 씨가 “태우야”라고 불렀다는 일화(逸話)는 있지만, 강 대표의 말처럼 현직 대통령에게 ‘형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했다는 얘기는 금시초문이다. MB가 취임하기 전에는 몇 가지 ‘형님 이야기’가 세간의 화제였다. 이재오 최고위원이 1996년 15대 국회 때 MB의 대운하 구상을 듣고 마음속으로 ‘이거다!’라고 외치며 “나는 국회의원 할 테니, 형님은 대통령 하시오”라고 했다는 건 이미 전설이 됐다. 개그맨 노홍철이 방송에서 “MB와 난 형님 아우 하는 사이”라고 자랑하기도 했다.
▷지난주 청와대 만찬 당시 헤드테이블엔 이 대통령, 강 대표, 정몽준 전재희 의원, 강명순 당선자(비례대표 1번)가 부부 동반으로 있었고 김효재 당선자가 폭탄주를 만들었다고 한다. 두 사람은 모두 이 대통령의 고려대 후배. 그 때문인지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MB 직계들 중엔 ‘형님’이라고 부를 만한 사람이 없다”며 “아마 일부 고려대 출신이 ‘오버’ 하지 않았겠느냐”고 추측했다. 그러나 김 당선자는 “누가 감히 청와대에서 대통령한테 형님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 혹시 강 대표가 잘못 들은 것 아니냐”라며 펄쩍 뛰었다.
▷‘누가 형님이라고 했을까’ 하는 궁금증과 함께 강 대표가 일주일 가까이 지난 얘기를 꺼내며 의원들을 질타한 배경도 설왕설래(說往說來)된다. 역대 정권의 ‘패거리 권력문화’를 누구보다 생생하게 지켜봐 온 강 대표가 MB 주변의 자칭 실세들에게 “공사(公私)를 구분하지 못하고 호가호위(狐假虎威)하다간 신세를 망칠 수도 있다”고 경고한 것이라는 해석도 그중 하나다.
김창혁 논설위원 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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