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토머스 프리드먼]석유가 민주주의 목 조르고 있다

  • 입력 2008년 5월 9일 02시 59분


현재 지구촌에는 두 가지 중요한 침체 현상이 진행 중이다.

하나는 미국의 경기 침체다. 이 문제는 이미 많은 관심을 끌었고 언젠가는 지나갈 것이며 이것 때문에 세상이 크게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보다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문제가 있지만 그것은 장기화될 경우 세계를 오랜 기간 바꿔놓을 수 있는 문제다. ‘민주화의 침체’가 그것이다.

이 용어는 스탠퍼드대 정치학자인 래리 다이아몬드 교수가 그의 저서 ‘민주주의 정신’에서 사용했다. 지난해 프리덤하우스는 냉전 이후 전 세계의 자유가 가장 심하게 훼손당한 해가 2007년이라고 지적했다. 자유화 지수가 하락한 국가는 38개국으로 나타나 개선된 국가(10개국)보다 4배 가까이 많았다.

이런 후퇴 현상의 주된 요인은 ‘석유 권위주의’의 부상에서 찾을 수 있다. 유가가 오를수록 자유는 줄어든다. 이른바 ‘석유정치학의 제1 법칙’이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석유가 수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23개 국가 중 민주주의 국가는 단 한 곳도 없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와 베네수엘라, 이란, 나이지리아가 이런 추세에 새로 동참했다. 이들 나라의 지도자들은 권력 유지를 위해 석유관을 거머쥐고 있다.

미국의 영향력 감소와 도덕적 권위 상실도 이 같은 현상을 부추겼다. 이라크에 민주주의를 수립하려는 조지 W 부시 정권의 노력은 엉망이 됐고 다른 곳에서 민주주의를 확산시키려는 미국의 능력과 의지까지 손상시켰다. 아부그라이브와 관타나모 수용소의 고문 스캔들도 영향을 미쳤다.

이런 상황을 악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이다. 그는 수십 년간 나라를 구렁텅이로 몰아넣고도 이번 선거 결과에서 나타난 민심을 무시하고 있다. 그는 47.9%의 득표율로 승리한 야당 지도자 모건 츠방기라이가 과반수의 지지를 얻지 못했기 때문에 결선투표를 다시 해야 한다고 우기고 있다. 그러나 결선투표는 폭력으로 얼룩질 가능성이 높다. 야당 지도자들은 이미 정부가 관여한 온갖 공격의 타깃이 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타보 음베키 대통령이 무가베 정권을 정치 경제적으로 지원하지 않았다면 무가베는 이미 오래전에 권좌에서 내려왔을 것이다. 그러나 음베키는 짐바브웨 국민을 외면하고 반식민지 운동을 함께 한 무가베를 지지했다. 자국의 국민을 노예로 만든다면 반식민지 운동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무가베가 나라에 끼친 해악은 잘못된 정권들이 보여준 것들 중에서도 최악이다. 인플레이션은 너무도 심각해 사람들은 돈을 부대자루에 넣어 옮겨야 할 정도다. 상점의 진열대는 텅텅 비었고 농가는 황폐해졌으며 전기도 부족하다. 배고픔을 참지 못한 사람들의 범죄도 극에 달했다.

이럴 때 미국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짐바브웨의 평화적인 체제 이행을 도울 수 있도록 아프리카의 양식 있는 지도자들과 협력해야 한다. 그리고 서방의 동맹국들과 함께 “선거 결과를 계속 왜곡하려 든다면 국제형사재판소에 세우겠다”고 음베키 정권에 경고해야 한다.

나아가 석유의 힘에 기댄 독재자들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석유 대체재의 개발에도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나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올여름 휘발유세를 잠정 폐지하자고 한 주장을 단지 ‘무해한 작은 선물’로 볼 수만은 없다. 그것은 전 세계 민주주의의 무덤에 또 다른 못을 박는 일이다.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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