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보수의 행복, 진보의 행복

  • 입력 2008년 5월 10일 02시 58분


보수와 진보는 어떻게 구별될까. 수많은 분류법이 있지만 간단히 설명하면 보수주의는 현실을 유지하고자 하는 경향이고, 진보주의는 현실을 바꾸려는 경향이라고 할 수 있다. 현상유지와 현상타파의 차이라고나 할까. 그렇다면 어느 쪽이 더 행복할까. 보수주의자가 진보주의자보다 행복감을 더 느낀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뉴욕대의 자임 나이퍼 교수와 존 조스트 교수가 미국 과학재단의 후원을 받아 진행한 연구결과다.

▷이유는 보수주의자가 진보주의자에 비해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 상태를 쉽게 수용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보수(우파) 성향의 사람들은 불평등한 지위를 ‘능력 본위’로 해석한다. 내가 못사는 것은 남보다 능력이 없거나 근면하지 않아서이고, 나보다 잘사는 사람은 그만큼 우수하고 부지런했기 때문이라고 여긴다. 따라서 안분지족(安分知足)하기 쉽다. 반면 진보(좌파)를 표방하는 사람들은 세상은 평등해야 한다고 믿기에 자신의 곤궁한 처지를 내 탓보다는 체제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강하다.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런 조사결과가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미국 퓨 리서치센터의 2006년 조사에서도 보수주의자인 공화당원은 47%가 ‘행복하다’고 응답한 반면, 리버럴한 민주당원은 28%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보수주의자가 진보주의자보다 기부를 많이 한다는 통계도 있다. ‘분배’를 강조하는 진보주의자가 기부를 많이 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진보주의자는 사회가 분배를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되레 개인 기부에는 인색하다는 것이다. 말과 행동이 다른 셈이다.

▷그렇다고 보수주의자가 더 우월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배부른 돼지가 되느니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겠다’는 공리주의자 J S 밀의 말처럼 현실에 대한 진보주의자의 불만과 저항이 사회변혁의 동력이 되기도 했다. 부조리가 판을 치는데도 “현실이니까” 하면서 수용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일신의 안락(安樂)이 곧 행복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의 불행을 남의 탓으로만 돌리고 늘 뭔가를 깨고 부숴야 한다고 믿는 사람도 행복을 얻기 힘들다. 행·불행도 결국 생각에 달렸다는 것이 이 연구의 궁극적 메시지가 아닐까?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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