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 나선 김부겸 의원이 어제 당 토론회에서 “7월 전당대회에서 당헌·당규를 고쳐 예비내각 제도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현재의 원내대표 및 정책위원회 조직을 예비내각제로 전환해 재선의원 급으로 ‘그림자 장관’을 임명하고 부처마다 차관, 대변인까지 둬 수권 정당의 면모를 가다듬어 나가자는 것이다. 1997년 대선 때 한나라당 일각에서 “이회창 후보 한 사람으로만 심판받을 게 아니라 예비내각 명단을 미리 발표해 국민의 관심을 높이자”는 ‘반짝 아이디어’가 나온 적은 있었지만 공식적으로 예비내각 도입을 공약한 건 김 의원이 처음인 것 같다.
▷약간 ‘뜬금없다’는 느낌이 없지 않다. 우리의 권력구조에 의원내각제적 요소(국무총리의 장관 임명 제청권)가 없지는 않지만, 프랑스보다 더 순수 대통령제에 가까워 자칫 공리공담(空理空談)이라는 소리를 듣기 쉽다. 그러나 김 의원은 “이제 정부여당의 실정(失政)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국민의 지지를 구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말자는 뜻”이라고 했다. 투쟁보다는 실력으로 승부하자는 말이다. 그 말을 들으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러나 과거 야당 생활을 오래 했던 사람들은 “대선에서 531만 표의 사상 최대 표차로 패배하고, 총선에서도 참패해 ‘50년 정통 야당’이 궤멸 직전까지 갔지만 이명박 정부의 인사 실패와 쇠고기 협상 파문으로 모처럼 재기(再起)의 기회를 맞고 있는데 무슨 소리냐”고 할지도 모른다. 김 의원의 야당론에 대한 민주당 당원들의 대답이 궁금해진다.
김창혁 논설위원 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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