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어루만지는 책 30선]<11>거짓말의 진화

  • 입력 2008년 5월 15일 02시 58분


◇거짓말의 진화/엘리엇 애런슨 지음/추수밭

《“부조화 줄이기는 자동 온도조절장치처럼 작동한다. 우리의 자존감을 계속해서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바로 그 때문에 (인간은) 자기 정당화에 둔감하다. 우리가 실수를 하고 어리석은 결정도 내린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게 하는, 자신에게 하는 작은 거짓말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

부메랑 되어 나를 파괴하는 거짓말

‘자기기인(自欺欺人)’.

“자신도 속이고 남도 속인다”는 뜻의 이 문구는 지난해 교수신문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였다. 지난해 한국 사회는 사회 저명인사들의 학력 위조와 병력 비리 등 각종 거짓말로 정신이 없었다. 왜 사람들은 서로 거짓말하고, 또 자신을 정당화할까. 하지만 누군들 여기서 자유로울까. 우리는 모두 속고 속인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심리학과 교수인 저자가 그의 동료 캐럴 태브리스와 함께 쓴 이 책은 이 ‘자기 정당화 메커니즘’에 초점을 맞췄다. 인지부조화 이론에 입각해 세상 사람들이 속이고 거짓말하고 정당화하는 이유와 그 해결책을 찾는다.

저자가 설명하는 자기 정당화 메커니즘을 들어보자. 세상은 끊임없이 변한다. 현대인들은 그 속에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압박감을 항상 느낀다. 이런 인생 게임에서 우리를 지탱하는 건 “자아상(self-image)이 반영된 신념”이다. 인간은 자신에 대한 확신에 의지해 하루를 살며, 주위 모든 일을 그러한 믿음이란 필터를 통해서 해석한다.

그런데 그 믿음이 침해당하면 인간은 불안을 느낀다. 이때 불안을 줄이고 자존감을 유지하기 위해 ‘부조화 줄이기’라는 자동조절장치가 작동한다. 이 장치가 자기 정당화 메커니즘이다. 즉 자기 개념(self-concept)과 자기 가치(self-worth)를 보존하려는 본능에서 자기 정당화가 비롯된다. 험한 세파 속에서 자신을 지키려는 무의식 속의 보호 과정인 것이다.

이 때문에 인간은 쉽게 자기 정당화의 덫에 걸린다. 자신의 오만과 편견마저 고수하려든다. 현실을 왜곡해 자신을 명확히 평가하지 못한다. 심지어 자신의 기억조차 왜곡한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무의식적인 자기 정당화가 초래하는 파괴적인 결과다. 많은 경우 지나치게 왜곡된 자기 정당화는 타인과 되돌릴 수 없는 상처를 초래한다. 문제는 타인에게 준 상처는 부메랑처럼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것이다. 자기 정당화 메커니즘을 극복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진정 자신을 보호하고 사랑하려면 이런 악순환에서 벗어나야 한다.

저자가 제안하는 해결책은 다음과 같다. 자신의 행동을 타인의 행동을 관찰하듯 비판적, 객관적으로 지켜보라. 느낌과 반응 사이에 작은 틈을 만들고 반성의 순간을 끼워 넣는 법을 배우라. 그리고 인생에서 믿을 만한 반대자-충고자-를 만들라. 이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이 익숙해질 때 자기 정당화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 강한 자아를 가질 수 있다. 언젠가부터 세상은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목소리를 높이다 보니 금세 자기기만에 빠지고 자기 자신조차 속이는 거짓말도 하게 된다. 하지만 이는 결코 자신을 위한 길이 아님을 저자는 충고한다. 습관처럼 큰 목소리를 내고 싶을 땐 이 충고를 떠올려보자. 진정한 자기 사랑은 냉정한 자기 평가로부터 시작한다.

篇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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