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박원재]대우조선과 골드만삭스

  • 입력 2008년 5월 17일 02시 58분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기업 인수합병(M&A)시장에서 ‘최대어(最大魚)’로 꼽힌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과 함께 ‘조선(造船)한국’의 트로이카로 불리는 이 회사 인수전에 국내 4개 대기업이 뛰어들었다. 이들 회사가 대우조선해양에 욕심을 내는 이유는 조선업 호황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사업 분야가 플랜트 에너지 기계 등으로 다양해 연관산업과의 시너지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은 고부가가치선인 LNG선 건조기술이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수주 잔량이 현재 37척이나 된다.

▷산업은행은 지난달 대우조선해양의 매각 작업 주간사회사 우선협상대상자로 미국계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를 선정했다. 이번엔 토종 IB에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견을 폈던 증권업계는 불만이 크다. 그런 가운데 골드만삭스의 자회사가 중국 조선업체에 지분 투자를 한 사실이 부각되면서 논란이 예상치 않은 방향으로 번지고 있다. 노조와 일부 시민단체는 “한국의 조선기술이 중국으로 넘어가게 생겼다”고 주장한다. 기술 유출 문제가 주간사회사 본(本)계약의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금융산업 선진화 얘기가 나올 때마다 한국의 IB가 본받아야 할 모델로 거론되는 글로벌 금융회사다. 국내 증권사들은 M&A 거래를 성사시킨 실적이 빈약한데도 입찰에서 훨씬 높은 수수료를 써냈다가 탈락했다. 골드만삭스는 막강한 브랜드파워에다 매각 작업 수수료까지 가장 적게 받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민영화를 앞두고 아시아권 대표 IB 도약을 꿈꾸는 산은으로선 골드만삭스와 공동작업을 통해 자체 M&A 인력을 교육하는 효과도 염두에 뒀을 것이다.

▷국내 대형 증권사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내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계기로 체질을 개선해 ‘한국형 골드만삭스’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낸 작년에도 IB 업무로 올린 실적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그렇다고 인력 양성이나 선진 투자기법 습득에 열의를 쏟는 것 같지도 않다. 이대로라면 하이닉스반도체 현대건설 같은 굵직한 매물이 시장에 나올 때마다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미국계 IB가 독주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 금융업의 현주소를 돌아보게 된다.

박원재 논설위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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