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육정수]고도성장의 비결

  • 입력 2008년 5월 24일 03시 01분


경제성장에 핵심적인 요소는 뭘까. 세계은행(World Bank)이 답을 찾기 위해 세계적 전문가 21명에게 연구를 시켰더니 ‘지도자의 리더십’이 첫 번째로 꼽혔다. 한국 일본 중국 홍콩 싱가포르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를 중심으로 13개국을 연구 분석한 결과라고 한다. 이들 나라는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시차는 있지만 각각 25년 이상 연평균 7%가 넘는 고도성장을 이룩했다.

▷세계은행은 21일 발간한 ‘성장 보고서’를 통해 “과거 아시아의 매우 가난한 나라 가운데 하나였던 한국은 오늘날 슬로베니아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수준의 부유한 국가가 됐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13개국 중 한국 일본 중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는 이미 선진국이 됐거나 근접해 있지만 브라질 등은 1980, 90년대에 국가 리더십 부재(不在)로 성장 모멘텀을 잃었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가 특정 국가 지도자의 성공사례를 구체적으로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리더십의 중요성을 부각시킨 점은 흥미롭다.

▷그러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솔로 박사는 “성장의 혜택이 고루 돌아간다는 국민적 확신과 통합을 (지도자가) 끌어낼 수 있을 때 성장의 행운이 따른다”고 말했다. 뛰어난 리더십의 소유자라고 해도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성장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이다. 데니 라이프지거 세계은행 성장발전위원회 부위원장도 “장기 성장을 보장하는 특효약이나 패러다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해 솔로 박사의 견해에 공감했다. 리더십 자체에 성장의 마력(魔力)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연구팀은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나 리덩후이 전 대만 총통, 박정희 전 대통령같이 장기집권을 하면서 고도성장을 이룬 강력한 지도자들을 상정했는지 모른다. 물론 이들의 경제성장에 대한 공적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그런 독재형 리더십의 시대는 지났다. 이젠 국민을 설득할 줄 알고 감동을 줄 수 있는 민주적 카리스마를 지닌 지도자라야 한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인사와 대운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논란은 국민과 소통함으로써 국민의 마음을 얻는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절감케 한다.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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