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어루만지는 책 30선]<18>How to be happy

  • 입력 2008년 5월 26일 03시 00분


《“정신과 의사를 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불안과 걱정으로 잠 못 자는 사람, 남편 때문에 화병에 걸린 아내, 상사와의 갈등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우울한 직장인. 불행히도 대부분은 별로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혹시 좋은 직장을 갖게 된다면, 좋은 남편 좋은 아내를 만난다면, 그래서 이런 걱정거리가 사라진다면 이들은 행복해질까?”》

한 가지 미리 짚고 넘어갈 점이 있다. 이 책의 부제 ‘행복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저자의 생각과는 차이가 있다. 행복이 훈련이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저자는 행복에도 내성이 생긴다고 보기 때문이다. 행복은 술과 비슷하다. 술을 마시면 쾌락중추를 자극하는 도파민이라는 물질이 분비돼 기분이 좋아진다. 문제는 그 기분을 또다시 느끼려면 좀 더 많은 양의 술이 필요하다. 행복도 마찬가지다. 환경이나 조건만을 바꾼 행복은 일시적일 뿐 금방 무덤덤해진다. 저자는 이를 ‘쾌락 적응 현상’이라고 부른다.

18년간 행복을 연구한 저자는 세간에서 생각하는 행복의 조건에는 큰 점수를 주지 않는다. 좋은 직장과 멋진 결혼, 성공과 부유함 같은 환경적인 요인들은 전체 행복에서 10% 정도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고 봤다.

그렇다면 나머지 행복을 구성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이 책은 체계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행복을 위한 12가지의 길’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목표에 헌신하기’ ‘몰입 체험 늘리기’ ‘삶의 기쁨 음미하기’ ‘감사 표현하기’ ‘낙관주의 기르기’ ‘과도한 생각과 사회적 비교 피하기’ ‘친절 실천하기’ ‘인간관계 돈독히 하기’ ‘대응전략 개발하기’ ‘용서 배우기’ ‘종교생활과 영성훈련 하기’ ‘몸을 보살피기’

제목만 보면 막연한 느낌도 든다. 그러나 저자는 지침별로 설득력 있게 일상에서 실천할 구체적인 전략을 소개한다. 특별한 도구나 대단한 결심이 필요한 게 아니라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다. 마치 정신건강을 위한 맨손체조처럼 느껴진다.

진수성찬에도 손이 가지 않는 반찬이 있다. 이 책의 지침도 한꺼번에 실천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저자는 우선순위를 강요하거나 모든 걸 하라고 부담을 주지 않는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각자의 개성에 맞는 행복 처방을 찾기 위한 ‘개인-활동의 적합성 체크’다.

이 체크는 독자에게 가장 맛있고 도움이 되는 반찬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문항이다. 결과를 보면 평소 자신이 부족하다고 여긴 부분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진짜 행복을 찾는 길은 생각지 못한 곳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How to be happy’도 한 번 읽고 덮으면 여느 자기 계발서와 다를 바 없다. 마음먹고 노력해 어떤 행복을 성취했더라도 그것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책은 그 긍정과 타이밍, 사회적 지원, 동기, 노력, 습관을 위한 지속적인 체크에도 도움을 준다.

자, 이제 행복해지는 법은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지금 바로’ 시작하면 된다. 행복해지기가 왜 어렵나 싶겠지만, 그것을 깨달은 순간 조금은 쉬워진 게 아닐까. 타인의 행복을 부러워하지 말고 자신만의 행복을 찾길. 파랑새는 그리 멀리 있지 않다.

신영철 성균관대 의대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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