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국과의 관계가 긴밀할수록 정보 및 자료수집과 업무연락 요원이 많이 필요할 수는 있다. 하지만 주재관 파견이 각 부처의 인사체증 해소와 직원복지, 보은(報恩) 차원에서 행해지는 것은 문제다. 주재관은 대체로 업무부담이 적고 자녀들의 현지학교 진학 및 외국어교육에도 유리해 인기 있는 자리다. 준(準)외교관 대우를 받기 때문에 봉급과 체재비, 주택보조비를 합쳐 연봉이 1억 원을 넘는 경우도 많다. 국회의원이나 윗사람을 공항에서 영접하고 관광안내나 접대골프 치는 일로 지새우고도 연줄로 출세할 수도 있다.
▷주재관은 파견기간 동안 외교관 여권을 갖는다. 이 밖에 본래의 부처 소속으로 나가는 ‘직무 파견’ 형식도 있다. 어느 것이든 해외파견직을 많이 만드는 장관은 부처 내에서 ‘유능한 장관’으로 통한다. 각 부처가 경쟁적으로 해외근무자를 늘리다 보니 2003년 206명이던 것이 지난해엔 265명으로 30%가량 늘었다. 외교부는 물론이고 행정안전부 경찰청 국세청 특허청 금융감독원 등 다른 기관도 최근 해외파견직을 늘렸거나 증원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작은 정부’를 표방한 이명박 대통령이 정부조직에 이어 공기업 개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해외공관은 아직도 무풍(無風)지대다. 물론 모든 해외주재관이 하는 일 없이 빈둥빈둥 세금만 축내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일이 무엇인지조차 잘 모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과로로 코피가 터지는 주재관도 있다. 이런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해외주재관이 더는 과장∼국장급 공무원의 쉼터나 부처 자리 만들기용으로 악용돼선 안 된다.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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