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청와대發 낙하산工作

  • 입력 2008년 5월 28일 03시 01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김영식 사무총장이 임기를 2년가량 남겨두고 돌연 사표를 제출한 배경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김 총장은 청와대의 사퇴압력에도 불구하고 “대교협은 정부산하기관이 아니라 대학 총장들의 자율협의기구로 청와대 인사 대상이 아니다”라며 버텼지만 후배인 교육과학기술부 실장이 “중간에서 난처하다”고 호소하자 사표를 던졌다. 1982년 대교협 출범 이후 사무총장이 외압으로 중도 사퇴한 것은 처음이다.

▷전국 198개 4년제 대학 총장들이 회원으로 참여한 대교협은 새 정부의 대입 자율화 방침에 따라 올해부터 대입 관련 업무를 교과부로부터 넘겨받는다. 그동안 입시 보조 역할에서 벗어나 말 그대로 ‘입시의 새 틀’을 짜고 집행하는 기구로 바뀌었다. 4월 8일 신임 회장으로 취임한 손병두 서강대 총장이 업무 파악도 하기 전에 김 사무총장까지 사퇴했으니 2009학년도 대입전형 기본계획 마련과 집행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다.

▷대교협 사무총장의 후임자로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을 지낸 동서대 김대식 교수가 거명되고 있다. 김 교수는 지난해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던 전국조직 ‘선진국민연대’를 관리했던 사람이다. 일본문학을 전공한 김 교수의 경력에서 대학입시와 관련된 구석은 찾아볼 수 없다. 2006∼2007년 전국학생처장협의회 회장을 한 것 정도가 눈에 띌 뿐이다. 이주호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이 일부 선거공신(功臣)에게 자리를 만들어 주는 총대를 메고 있다는 소문이다. 교과부에서는 이 수석의 영향력이 김도연 장관을 능가하고 있다는 얘기도 파다하다.

▷2008학년도 등급제 수능이 보여줬듯이 자칫 대학입시 관리를 삐끗하면 전국 대학과 학생 학부모가 일대 혼란에 빠진다. 대학입시의 실무를 꿰고 있는 사람이 사무총장을 맡아야만 전 국민의 눈이 쏠린 대학입시에서 대형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대통령의 지지도가 바닥을 헤매고 국민과 소통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인사 실패 때문이다. 선거공신에게 아무리 줄 자리가 모자라도 대학입시를 관리하는 대교협 사무총장까지 넘본단 말인가. 얼마나 더 낭패를 봐야 청와대 수석들이 정신을 차리려는지 모르겠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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