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어루만지는 책 30선]<21>현대인의 정신건강

  • 입력 2008년 5월 29일 03시 00분


《“노이로제와 정신병을 치료하다 보면 인생의 진실이 무엇인지, 깨달음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 동서양의 여러 경전을 공부한다 해도 자기 마음을 깨닫지 못하면 글로서만 또는 개념, 생각으로서만 알 뿐 참뜻을 알 수가 없다.”》

자기 마음을 깨닫는 것은 마음의 고통을 해결하는 요체이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심적 고통을 달랠 수 있느냐’고들 질문한다. 환자뿐 아니라 진료실 밖에서 만나는 친구나 친척 지인도 똑같은 질문을 한다. 자신이 봉착한 문제에 흔히들 어떡하면 되느냐고 묻지만, 사실 해결을 원한다면 ‘왜 그렇게 됐는지’ 이해하는 일이 먼저다.

‘현대인의 정신건강’은 바로 이 갖가지 마음의 고통이 왜 생겨나는지 알도록 돕는 안내서이다. 복잡하고 머리 아프지 않게 자연스레 이해시킨다. 물론 마음의 고통이란 게 워낙 복잡하다 보니 항상 잘 이해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저자는 “모든 인간에게 고통의 근원은 미움과 사랑에서 비롯되고 미움은 사랑을 갈구하는 데서 일어난다”는 간명한 주제 의식 아래 접근의 폭을 넓혀준다.

이 책에서 무엇보다 주목해야 하는 건, 다양하면서도 명쾌한 사례들이다. 대인관계의 비결이나 스트레스와 건강, 배반과 배신감, 자녀교육, 소년비행, 휴학과 정신건강, 간섭과 관심 등 다양한 주제를 건드린다. 가끔은 너무나 단순명쾌해 갸웃거려지기도 하지만, 이는 현대인의 마음이 진실을 직면하기 두려워하면서 복잡해진 탓이다.

특히 이 책에서 주목할 점은 저자가 사례 및 정신치료에 대한 이론을 소개하면서 매 단락 말미에 독자에게 느낀 점을 묻는 형식 자체에 있다. 어떤 객관적인 평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주관적인 느낌과 반응을 스스로 체크해 보도록 만든다. 이는 정신을 치료하고 마음을 들여다보는 데 상당히 중요한 방법이다. 머릿속으로만 맴돌다 겉도는 수동적인 방식이 아니라 스스로 받아들여 주관적으로 작용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글을 읽어도 사실 막연할 때가 부지기수다. 공허하고 혼란스러운 시절을 누구나 겪는다. 하지만 학습이란 것도 자신의 경우에 비춰서 생각하고 고민하면 답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저자의 간명한 설명을 읽고 독자 스스로 어떤 점이 닮았는지, 어떤 식으로 적용해 볼까를 고민하다 보면 예상외로 해답은 가까운 곳에 있는 법이다.

특히 오랜 진료경험을 쌓은 저자의 깊은 사색 그리고 철저한 공부 내용을 읽다 보면 참 힘차고 시원시원하단 느낌이 든다. ‘아, 나도 이런 문제가 있는데, 나는 어떻게 해서 이리 되었을까? 돌이켜 보니 내 마음이 이랬어’란 생각이 한두 번 드는 게 아니다.

가끔 어떤 환자들은 진료실에 ‘좋은 말씀 부탁드린다’는 요청을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좋은 말씀은 지천에 널려 있다. ‘좋은 말씀’이 부족해서 병이 난 게 아니다”라고 대답해 주곤 한다. 문제는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느냐다. 그렇다면 질문 하나. ‘지금 이 순간 당신이 느끼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걸 알아야 해답의 열쇠도 쥘 수 있다. ‘현대인의 정신건강’은 열쇠는 아닐지라도 열쇠를 찾는 길을 일러준다.

황정환 성서정신과의원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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