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1년이면 6·25전쟁이 발발한 이듬해로, 1946년에 창설된 구제(舊制) 육사가 폐지되고 4년제의 ‘정규 육사’ 시대가 열리는 때다. 바로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을 비롯한 육사 11기생들이 입학하던 해다. 11기는 “우리가 진정한 육사 1기”라고 할 만큼 자부심이 강했다. 육사의 전통이자 상징처럼 돼 있는 금주, 금연, 금혼의 3금 규정이 이때부터 시작됐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육사는 3금을 어길 경우 바로 퇴교시킨다. 해군사관학교와 공군사관학교에도 3금 규정이 있지만, 4학년 2학기 이후 특별한 경우에 한해 약혼을 허용하고 있어 육사만큼 엄격하진 않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그제 “생도의 명예권,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을 침해했다”며 휴학, 휴가기간엔 3금을 적용치 말고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엔 결혼을 허용하라고 군(軍)에 권고했다. 사실 3금은 전통과 현실 사이에서 자주 논란이 돼왔다. 특히 자신이나 동료의 위반 사실을 ‘양심 보고’하도록 돼 있는 규정 때문에 많은 생도가 심리적 갈등을 겪는다고 한다. “생도는 거짓말하지 않고, 남을 속이지 않고…, 동료의 그런 행동을 용납해서도 안 된다”는 미국 웨스트포인트의 ‘생도 명예 규정(Cadet Honor Code)’에서 따온 듯한데 술과 담배에 적용하다 보니 빌려 입은 옷처럼 영 어색하다.
▷인권위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3금 제도가 당장 바뀔 것 같지는 않다. 2003년에도 생도들의 음주 사고가 잇따라 교내 호프집 오픈 계획 등 나름대로 개선책을 마련했으나 육사 원로들의 반대로 접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1998년 수십 년의 전통을 깨고 여자 생도의 입학을 허가한 것처럼 언젠가는 3금도 없어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다.
김창혁 논설위원 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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