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양원제로 바꿔 공화주의 이념 강화”

  • 입력 2008년 6월 5일 03시 03분


“산업화 민주화 시대의 현실과 열망을 반영한 현행 헌법은 선진화를 목표로 하는 오늘날 한국 현실과 큰 괴리가 있다. 따라서 헌법의 틀을 새로이 마련해야 할 때다.”

법학 정치학 경제학 등 여러 분야의 학자들이 5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무교동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대한민국 선진화를 위한 바람직한 헌법 개정 방향’ 세미나를 열고 개헌의 필요성과 방향을 논의한다. 한국선진화정책학회가 주최하고 한반도선진화재단이 후원한다.

한국헌법학회장인 신평 경북대 법학과 교수는 주최 측에 미리 보낸 기조 강연 연설문에서 “국제적으로는 가파른 세계화가 진행됐으며 국내적으로는 민주화가 이뤄졌고, 남북 간 긴장도 크게 완화됐다”며 “현행 헌법을 만들 당시의 이른바 ‘87년 체제’ 때와는 많이 달라 현실을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다문화 사회로 바뀌고 있는 국내 현실을 반영해 기본권의 주체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국적을 강조한 현행 헌법의 ‘국민’이 아니라 보편적 인간을 지칭하는 ‘인민’이나 ‘사람’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

김용호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주제 발표문 ‘정치선진화를 위한 헌법 개정 방향’에서 공화주의 이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헌법 제1조 1항에 담긴 ‘민주 공화국’의 의미를 그동안 ‘민주’ 쪽에만 방점을 찍어 편향되게 해석했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공공선의 창출을 중시하는 공화주의를 소홀히 다룸으로써 시민의 정치적 책임의식이 약화되고 공직자의 책임성과 윤리성 부족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공화주의 헌정 이념을 구현하는 방법의 하나로 현행의 단원제를 양원제로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경제선진화를 위한 헌법 개정 방향’을 발표하는 민경국 강원대 경제무역학부 교수는 “경제선진화를 위한 헌법은 자유와 재산을 보호하는 헌법, 즉 시장경제를 보호하는 자유헌법”이라고 규정했다.

민 교수는 오늘날 경제 불안의 원인으로 ‘국가가 무제한적으로 시장에 간섭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 헌법을 꼽았다. 그는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 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한 제119조 2항을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 교수는 “한국 헌법은 복지국가의 환상에 젖어 있어 시혜성 복지를 막기 위해선 최소의 보장만을 명문화해야 한다”며 “이익단체에 정치가 흔들리고, 다수결 논리에 따라 일관성 없는 정책이 나오는 등 민주주의의 부정적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봉석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지방자치의 보장을 위한 헌법 개정 과제’에서 “현행 헌법은 지방의회의 법적 지위를 분명히 하지 않은 것을 비롯해 지방자치의 현재 모습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을 보장하고 중앙 정부와의 권한 배분 및 상호 관계를 명확히 규정하는 방향으로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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