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오늘도 아마 내일도, 현대인들은 여전히 분주하다. 너무 분주해 뭔가에 쫓기는 느낌이 든다. 밤새 겨우 에너지를 충전해 아침에 다시 일어나지만, 하루 종일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일정에 파묻혀 지내다 보면 또다시 지친 채 귀가한다. 그리고 허겁지겁 또 다음 날…. 육체는 활동하지만 기계적으로 움직일 뿐, 마음은 점점 지쳐가는 하루하루. 무엇이 문제일까?
‘하루를 살아도 행복하게’는 그에 대한 해답을 주는 책이다. 평범한 생활 속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행복, 그 일상의 행복으로 가는 길을 소개한다. 아침과 오후 그리고 밤, 하루 24시간 중 어떤 순간에도 자신의 존재를 느끼며 충만한 기쁨과 희망을 갖는, 독일 베네딕토 수도회 안젤름 그륀 신부의 따뜻한 ‘쉼표’가 책 속에 펼쳐진다.
저자가 일상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제목에서부터 드러난다. ‘하루를 살아도 행복하게.’ 그 여유로운 쉼표 속에 해답도 들어 있다. 책을 넘겨봐도 간결하게 다듬어진 문구와 여백, 그리고 삽화 속에서 편안한 배려가 묻어난다. 괜히 독자들이 책 내용에 압도돼 또 다른 분주함에 빠지지 않게 한다.
하지만 그런 편안함이 책 읽기가 수월하단 이야기는 아니다. 내용이 어렵다는 게 아니라, 한 장 한 줄마다 자기도 모르게 빠져드는 농축된 깊이가 있단 뜻이다. 한 줄을 읽으면 그 한 줄만큼 생각하게 만든다. 책 속에서 스스로의 마음을 읽고, 책을 통해 현재를 비춰보게 한다. 물론 그 순간마저 저자가 옆에서 들려주는 듯 편안한 대화의 느낌이 강하다.
이 책이 특히 강조하는 것은 행복이 맘대로, 나태하게 산다고 찾아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해야만 하루하루가 의미를 더하고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아침에 부지런히 일찍 일어나야 여유로운 아침 시간을 즐길 행복이 찾아오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 성실히 인생의 목표를 세워야 시간의 리듬도 깨칠 수 있다.
저자에 따르면 산다는 것은 그냥 숨쉬는 일이 아니다. ‘현재를 산다’는 것은 지금보다 나아지는 용기를 얻는 일이다. 그 속에서 행복으로 향하는 길도 찾는다. 내일 축복된 하루가 되길 원한다면 오늘 밤 생에 감사하고 꿈 꿀 줄 알아야 한다.
지금 자신의 마음과 모습을 한번 돌아보자. 뭔가 허둥지둥하며 항상 시간을 헛되이 보내고 있단 생각이 들지 않는가. 시간은 손가락 사이로 흩어지는 빠져나가는 모래와 같다. 한번 놓치고 나면 주워 담을 길이 없다. 그륀 신부는 그 흩어지는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행복이라고 충고한다.
방수영 울산대병원 정신과 임상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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