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에도 한 작가의 눈에 쓰레기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도시로 비쳤던 나폴리는 지금 진짜 ‘쓰레기 도시’가 돼 버렸다. 쓰레기를 갖다 버릴 데가 없어서 청소업체들은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후 쓰레기 수거를 아예 중단해 버렸다. 수천 t의 쓰레기가 도로를 막고 악취를 풍기자 나폴리를 먹여 살리던 관광객들의 발길도 끊어졌다. 이탈리아 정부는 쓰레기 처리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럽연합(EU)에 의해 유럽사법재판소에 제소됐다.
▷해결사로 나선 곳이 독일 함부르크 시(市). 함부르크는 지난달 나폴리의 쓰레기 3만 t을 처리하기로 계약을 맺고 나폴리에서 철도로 수송된 쓰레기를 소각 처리하고 있다. 지방정치에서 녹색당이 집권하고 있는 함부르크는 환경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는 도시다. 인구 180만 명의 함부르크는 1999년 160만 t에 이르던 쓰레기 배출량을 140만 t으로 줄였다. 같은 기간 재활용 규모는 5만 t에서 80만 t으로 늘었다. 쓰레기는 매립이 아니라 소각으로 깔끔하게 처리한다.
▷‘이곳 사람들은 도시를 일구어냈을 뿐 아니라 자기 자신도 새로 창조했다. 명석한 두뇌와 근면으로 풍요롭고 우아하고 외모도 아름답게 자신을 재창조했다. 오늘의 함부르크를 보니 내 운명을 독일인의 손에 기꺼이 맡길 수 있겠다.’ 미국인 브라이슨은 함부르크에 이런 찬사를 보냈다. 과거(폼페이 유적)를 팔아 살아가면서 미래에는 투자하지 않은 나폴리와 과거(패전)의 굴레를 벗고 깨끗하고 풍요로운 도시로 거듭난 함부르크. 나라의 운명도 마찬가지다. 유럽 두 도시가 한국의 앞날에 던지는 메시지가 크게 다가오는 시점이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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