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도타운 배려와 은혜를 입으면서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은 하찮은 것이었습니다. 하루에 몇 번 목청을 돋워 울어주는 것으로 보답을 대신하면 그만이었으니까요. 주인은 친지들의 방문을 받게 되면 나에게로 데리고 와서, 내 오묘하고 영롱한 울음소리를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자랑했습니다.
나는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포획되어 이 작은 집에 억류되었는지 기억조차 할 수 없었고, 이제 와선 포획과 억류라는 말 자체도 낯설었습니다. 나는 태초에 이 새장 속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아온 것처럼 이 협소한 공간이 짜릿하게 익숙하고 행복했습니다. 새들을 팔고 사는 이 가게에서는 수많은 종류의 새들이 들락거렸습니다. 그러나 나만큼은 고액의 대가를 지불한다 해도 팔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사건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이른바 환경감시단체에서 출동한 단속반원들이 순식간에 가게를 덮친 것입니다. 밀렵꾼들에게 생포되어 불법으로 유통되고 있는 동물들을 적발해서 임시보호소로 실어가거나 혹은 현장에서 방면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얼굴이 험상궂게 생긴 어떤 단속반원이 공교롭게도 새장에 앉아 있는 내게 손가락질하였고, 주인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 버렸습니다.
단속반원이 주인의 뒷덜미를 매섭게 내려치며 추궁하였고, 쥐어박힌 주인은 내 작은 집을 들고 가게의 옥상으로 올라갔지요. 그리고 2년 동안이나 굳게 닫혀 있었던 새장의 문을 활짝 열어 주었습니다. 주인은 내게 속삭이듯 말했지요. “너는 이제부터 자유다. 다시 숲으로 돌아가 지기 펴고 살거라.”
순간 나도 모르게 열린 문의 턱까지 내려갔습니다. 그러나 다시 횃대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단속반원과 주인은 너무나 의아해서 나를 뚫어져라 지켜보았습니다. 그들은 안타깝게도 내 두려움의 의미를 몰랐습니다. 언제부턴가 내가 누리고 살아가야 할 세상은 문 밖의 세상이 아닌 새장 속의 세상이 되어 버렸다는 것을 그들은 깨닫지 못했습니다.
주인이 내게 알려준 숲이 어딘지 기억해낼 수 없는 것은 물론이었고, 숲이 있는 장소를 기억한다 해도 그곳까지는 도저히 날아갈 수 없는 허울뿐인 새가 되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이제 나에게 있어 드넓은 바깥세상이란 살의를 품고 있는 두려움의 대상일 뿐이었습니다.
김주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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