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4대 국립암센터 원장으로 임명된 이진수(58) 원장은 “암센터의 연구개발 역량을 높여 획기적인 신약 개발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20일 경기 고양시 일산 국립암센터 원장실에서 동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임상연구에 힘써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항암신약이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며 “암 조기검진 사업을 활성화하는 데도 관심을 쏟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1999년 미국 텍사스 주 MD앤더슨 병원 종양내과 교수로 재직할 당시 폐암 진단을 받았던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치료를 담당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癌 검진율 아직 낮아… 끌어올릴 방안 세울 것
지방의사 초청 연수 장려, 검진기술 격차 해소
―앞으로 국립암센터를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가.
“현재 정부는 5대 암 검진사업을 하고 있는데 일부 지역에서는 검진율이 매우 낮다. 검진율을 끌어올리는 방안을 모색하겠다. 또 검진기관의 질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전국의 암 검진기관들은 질적 차이가 많이 나는데 이런 차이를 줄이는 데 힘쓰겠다. 암 조기예방 사업의 효과를 검증하는 작업도 진행하겠다.”
―한국의 암 치료 수준은 어떤가.
“위암, 폐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등 6대 암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어디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다. 그러나 지역적 차이는 있다. 지방 병원은 암 진료 세분화가 덜돼 있어 최신 치료기술을 접할 기회가 적다. 지방 병원 의사들을 국립암센터로 초청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겠다.”
―우리나라의 항암신약 개발 수준이 뒤떨어진다는 우려가 많은데….
“현재 우리나라에는 937개 신약 후보 물질이 있는데 이 중 3개만이 신약으로 개발됐다. 이 약들의 매출 실적은 연간 20억 원 이하다. 대박 신약이 없다는 얘기다. 신약 개발에 정부의 연구투자비 규모가 너무 작다. 신약 개발 명목의 국가연구사업 과제가 너무 많고 과제당 연구비 규모는 미미해 신약개발의 마지막 단계라고 볼 수 있는 임상단계까지 진입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신약 개발을 위해 어느 정도 정부 지원이 필요한가.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려면 정부가 1년에 1000억 원씩 10년 동안 1조 원을 임상시험에 지원해 줘야 한다. 많은 액수 같지만 세계적으로 치열한 항암신약 경쟁에 참가하려면 이 정도는 필요하다.”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대학병원에서 암센터 경쟁이 치열한데….
“경쟁이 치열할수록 환자에게는 좋은 것 아닌가.(웃음) 매년 13만 명의 암 환자가 새로 생기고 현재 25만 명이 암 투병 중이다. 국립암센터가 이들을 모두 수용할 수는 없다. 현재 대학병원들이 암 환자의 40%를 소화하고 있다. 민간 병원이 암 치료에 적극 나서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미국 생활을 접고 23년 만에 다시 한국에 돌아온 계기는 뭔가.
“언제나 한국에 돌아오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2001년 박재갑 전 국립암센터 원장에게서 ‘이제 조국에서 봉사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한국에 돌아왔다. 한국에서 암으로 고통 받고 있는 환자들을 치료해야 한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귀국하는 데 별로 고민은 없었다.”
―암 전문가로서 일반인들에게 평소에 암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말해 달라.
“‘기본에 충실하라’고 말하고 싶다. 암 예방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금연하고, 채소를 많이 먹고, 음식을 짜지 않게 먹는 것이다. 이미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들이다. 단지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약력: △1950년 전북 익산 출생 △1974년 서울대 의대 졸업 △2007년 서울대 보건대학원 박사학위 △1979∼1982년 미국 시카고 노스웨스턴대 의대 세인트조지프 병원 내과 레지던트 △1982∼2001년 MD앤더슨병원 암센터 전임의 및 흉부 및 두경부 종양내과 교수 △2001∼2004년 국립암센터 부속병원장 △2006∼2008년 5월 국립암센터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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