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인권을 생각합니다]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와 인권침해

  • 입력 2008년 6월 26일 02시 58분


독자인권위원회 황도수 위원, 정성진 위원장, 윤영철 최영미 위원(왼쪽부터)이 24일 본사 회의실에서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와 인권 침해’를 주제로 토론했다. 원대연  기자
독자인권위원회 황도수 위원, 정성진 위원장, 윤영철 최영미 위원(왼쪽부터)이 24일 본사 회의실에서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와 인권 침해’를 주제로 토론했다. 원대연 기자
《인터넷 여론을 둘러싼 담론이 뜨겁다. 한국 사회가 최근 두 달여 호되게 앓고 있는 ‘사이버 홍역’ 때문이다. 온라인에서 달궈진 여론이 촛불집회로 이어지면서 한미 쇠고기 추가협상과 이명박 정부의 인적 쇄신을 이끌어냈다. 국가권력의 일방적 행사에 대한 견제와 대의제 정치의 약점을 보완하는 쌍방향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보였다는 긍정적 평가가 뒤따랐다. 하지만 익명성을 무기로 한 정보의 왜곡과 반대 의견에 대한 무차별적 인신 공격, 신문 광고주 협박 등 적지 않은 폐해도 드러냈다. 온라인 집단주의에 의한 사이버 테러의 위험을 노출시키면서 ‘디지털 마오이즘’에 대한 깊은 우려를 자아냈다. 본보 독자인권위원회는 24일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와 인권 침해’를 주제로 좌담을 나눴다. 정성진(전 법무부 장관) 위원장과 윤영철(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장) 황도수(변호사) 최영미(시인) 위원이 참석했다.

사회=황유성 독자서비스센터장》

포털 피해 ‘구제委’ 세워 인권보호 나서야

―인터넷 여론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짚어보지요.

▽황도수 위원=신문 방송 등 기성 언론과 달리 인터넷은 대중이 가공하지 않은 상태로 손쉽게 의견을 드러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는 국민이 국가기관에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직접 민주주의의 기능을 제공합니다. 반면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진실로 믿게 하거나 익명성을 악용해 여론을 조작할 위험이 있습니다.

▽윤영철 위원=인터넷이 모든 사람에게 표현의 자유를 제공하면서 말할 자유가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섭렵이 불가능할 정도로 정보가 넘치면서 옥석 구분이 어려워졌습니다. 또 남의 글은 제대로 안 읽고 자기주장만 내세우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아지면서 합리적인 여론이 자리 잡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최영미 위원=인터넷 매체의 부작용은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습니다. 촛불시위 이후 크게 부각됐을 뿐이지요. 그동안 지나치게 정파적으로 흐른 주류 언론에 대한 불신이 젊은이들 사이에 인터넷 맹신을 부추기지 않았나 반성해봐야 합니다.

▽정성진 위원장=익명성의 그늘에서 타인을 함부로 공격하게 되면 피해자가 생깁니다. 이는 국민 심성을 황폐하게 하고 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보수진영이든 진보진영이든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인권 침해나 사이버 테러의 폐해가 심각합니다.

▽황 위원=인터넷에서의 글쓰기가 서울광장 시위와 다른 점은 익명성에 있습니다. 또 시간적 공간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점도 다르지요. 이런 차이가 큰 힘을 갖게 합니다. 이런 힘을 갖게 된 개인이나 집단이 허위사실 유포나 마녀사냥에 나서면 합리적 대응이 불가능해집니다. 또 ‘알바’를 고용해 댓글과 조회수를 늘리면 의견을 독점해 인터넷 권력을 장악하게 됩니다.

▽윤 위원=인터넷은 비슷한 성향이나 생각을 가진 공간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자기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사이버 공간에 모여 공동체를 형성하면서 ‘세상 모든 사람이 나와 같은 생각이구나’ 하는 극단적 사고에 빠지게 됩니다. 반대자를 만나면 적대적 감정을 보이면서 사이버 테러와 같은 집단 움직임에 나설 우려가 큽니다.

▽최 위원=인터넷에서의 인권 침해는 분명히 존재하는 위협이고 누구든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악성 댓글은 보는 이가 원할 경우 실명 추적 장치를 마련하면 건전한 토론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사이버 테러의 규제나 피해 구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 위원장=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조심해야 합니다. 인터넷 피해에 대한 형사적 고소고발이 어려운 실정이니 귀찮더라도 민사적 손해배상 소송을 용기 있게 제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법률적 접근이 쉽지 않은 만큼 자기통제(self-governance)가 뿌리내리도록 교육과 언론 등 문화적 접근이 중요합니다.

▽윤 위원=규제를 풀어야 하는지 묶어야 하는지는 정치적 정파적으로 접근한다는 의혹을 살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의견의 편식이 심하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흐르는 것 같습니다. 한 화면에 찬성과 반대 의견이 균형 있게 뜨도록 포털 환경을 제도적으로 꾸미는 방법을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황 위원=실명 공간과 익명 공간으로 나누고 그 구분 표시를 의무화한다면 인터넷의 특성도 살리면서 논의의 신뢰성도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요. 포털에 여론광장의 운영책임자를 두도록 의무화할 필요도 있습니다. 공간만 제공할 뿐 익명성 뒤에 숨은 폭력과 범죄에 무관심하다면 무책임한 태도입니다. 인터넷 피해 증거수집의 한계를 감안해 ‘인터넷 피해자 구제위원회’와 같은 기구를 둘 필요도 있습니다. 피해자의 구제 신청을 받으면 가해자의 인적사항을 추적해 행정적으로 범칙금을 부과하고, 이에 이의가 있으면 재판을 신청하는 것입니다. 표현의 자유란 “마음대로 떠들어도 좋다”가 아니라 “그에 따른 책임도 진다”는 개념까지 뒤따라야 합니다.

정리=김종하 기자 1101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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