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세상/임종덕]세계 이목 끄는 국내 공룡화석지

  • 입력 2008년 6월 30일 02시 57분


아마 공룡화석산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2008년 5월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에는 총 386건의 천연기념물이 지정돼 있다. 이 중 18건이 화석이며 다시 그 가운데 12건이 공룡화석과 관련된 천연기념물이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공룡화석산지 중 5곳이 ‘한국의 백악기 공룡해안(Korean Cretaceous Dinosaur Coast)’이라는 명칭으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목록에 등재 신청이 돼 있다. 내년 6월 스페인에서 열리는 세계유산총회에서 등재 여부가 최종 판가름 난다.

1982년 1월 경남 고성군에서 최초로 공룡발자국 화석이 발견된 이래 우리나라에서 26년 동안 중생대 백악기 지층에서 최소 1만 개 이상의 공룡발자국 화석이 발견됐다. 고성군의 화석 수만도 5000개가 넘는다. 공룡발자국 화석의 숫자와 규모, 보존 상태, 다양성, 학술적 경관적 가치는 세계적인 수준이다.

공룡발자국을 비롯해 공룡뼈와 이빨, 공룡알, 익룡, 악어, 거북, 어류 등 다양한 척추동물의 화석이 계속 발견됐다. 이와 관련해 국내 연구진이 발표한 국제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 논문만도 수십 편에 이른다. 요즘에는 공룡화석을 연구하기 위해 외국에서 한국으로 유학을 오기 시작했으며, 외국의 저명한 과학 전문잡지나 저널리스트들도 많은 관심을 보인다.

2006년에 시작돼 성공적인 과학축제로 자리매김한 세계공룡엑스포가 내년 고성군에서 2회째 개최될 예정이며, 전남 해남군 우항리 공룡화석산지에 있는 공룡박물관은 그 규모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수준이다.

얼마 전 경북 의성군에서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용각류 아기공룡 두 마리가 걸어간 긴 행렬 자국이 선명한 상태로 발견돼 연구가 진행 중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두 마리 아기공룡 발자국이 시속 2∼5km로 어미공룡 쪽으로 향하고 있으며, 그 주위를 육식공룡인 수각류 공룡 여러 마리가 시속 3∼10km의 속도로 쫓아가는 형태가 나타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발자국만으로 과연 초식공룡인지 육식공룡인지 구별할 수 있을까. 답은 ‘그렇다’이다. 먼저 초식공룡 조각류(鳥脚類·Ornithopoda) 공룡의 발자국은 앞으로 향한 세 개의 뭉툭한 발가락과 완만한 곡선을 가진 발뒤꿈치를 가진다. 이에 비해 육식공룡인 수각류(獸脚類·Theropoda) 공룡발자국은 앞으로 향한 세 개의 발가락 끝에 날카로운 발톱 자국이 선명하게 남고, 발뒤꿈치가 조각류에 비해 좁고 뾰족한 모양이 특징이다. 긴 목과 큰 몸집을 가지며 네 발로 걷는 초식공룡인 용각류(龍脚類·Sauropoda) 공룡의 앞발과 뒷발의 크기가 서로 다른 발가락의 형태를 볼 수 있으므로 어느 방향으로 향해 걸어갔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용각류는 전반적으로 둥근 모양의 발자국이기 때문에 삼지창 형태로 나타나는 조각류나 수각류와 완전히 구별된다. 남해안에서 발견되는 공룡발자국 가운데 대다수는 초식공룡인 조각류나 용각류이며, 수각류 공룡발자국은 적은 편이다.

고성군의 공룡발자국 중 약 5%만 수각류 공룡의 것이다. 아프리카의 사자와 같은 맹수들의 수가 얼룩말이나 누(wildebeest)에 비해 적은 것과 같은 이유이다.

초등학생의 여름방학과 직장인들의 여름휴가가 다가온다. 바닷가로 가는 길목에서 천연기념물 공룡화석지를 방문해 1억 년 전에 살았던 공룡의 흔적을 찾아 태고의 신비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내년부턴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돼 전 세계에서 몰려오는 관광객들로 붐비게 될 테니.

임종덕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 척추고생물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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