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자연사진가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자연주의자가 돼라! 자연에 대해 알면 알수록 무엇을 찍어야 할지 더 많이 알게 될 것이다. 우리 주변의 세상에 대해 더 깊은 연민을 가져라. 그리고 피사체와 관련하여 윤리적 태도를 지녀라!’》
최상의 사진을 찍기 위한 저자의 충고는 서문부터 매섭다. 그것은 ‘카메라의 기술적인 특성을 숙달했을 때, 비로소 심미적인 부분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을 잘 찍고 싶지만 배우기는 어렵다고 생각한 이들에겐 저자의 말이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는 ‘차를 운전할 수 있고, 자전거를 탈 수 있으며, 컴퓨터를 켤 수 있다면, 카메라도 작동할 수 있다’고 말한다.
‘기초 단계를 대충 넘어가면 결코 고급 기법을 터득할 수 없다’는 진리는 어느 분야에나 해당되듯 사진 역시 마찬가지다. 저자는 마치 좋은 선생님처럼 사진 촬영의 기술적인 요소와 이론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해 준다.
사진 촬영의 가장 기본이 되는 ‘노출’에 대해 설명할 때 그는 셔터 속도, 조리개, 필름 감도 등 노출과 관련된 기본 이론에서부터 특수한 상황에 따라 필요한 조작법에 대해서도 조언한다. 동물의 움직임을 잡아내야 할 때, 동이 틀 때나 해가 저물 때, 미세한 감을 살려야 할 때의 적절한 노출 값, 조리개 상태 등을 실례로 든다.
사진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필요한 촬영 장비와 필름, 렌즈 종류 등을 상세히 소개하고 구성, 클로즈업, 야외촬영 방법 등 촬영 기술도 알려 준다.
설명만 나열된 것이 아니라 직접 찍은 자연사진에 저자의 노하우가 꼼꼼히 정리돼 있기 때문에 이해하기도 쉽고 자신의 사진에 직접 적용해 볼 수도 있다. 이 책을 추천한 여행작가 양영훈 씨는 “저자가 찍은 사진을 놓고 어디에서 어떤 조건 아래서 어떻게 촬영했는지 알려 준다. 비록 우리나라 풍경은 아니지만 언젠가 그와 유사한 상황을 만났을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추천 이유를 꼽았다.
실제로 설국에 온 듯 투명하고 눈부신 ‘한겨울 미루나무 위에 낀 서리, 옐로스톤 국립공원’이나 나뭇잎들의 사각거리는 소리가 들릴 듯한 ‘가을철 흔들리는 미루나무, 콜로라도’는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카메라를 메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때로 똑같은 풍경을 다른 기법으로 찍은 사진을 나란히 실음으로써 독자들의 참여를 끌어내기도 한다. 정답을 유보한 채 질문만 던지기 때문에 책 내용을 바탕으로 판단을 내려야 한다. ‘두 사진 중 어떤 게 좋은가? 그리고 왜 좋은가?’ ‘세로 사진이 덜 작고 덜 위압적으로 보이는가?’ 등의 질문에선 다시 사진을 보며 앞 내용을 되짚어 볼 수밖에 없다.
자칫 이론으로 무장한 따분한 교육서가 될 수도 있었지만 저자의 필력과 유머 감각 덕에 사진을 잘 몰라도 수월하게 읽을 수 있다. (피사체를 한 번만 찍고 다 찍었다고 큰소리치는 사람들에 대해) ‘사진가들이 그와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은 유죄다’라거나 (자동 노출모드에 대해 설명하면서) ‘카메라에 노출 조정을 완전히 맡길 이유가 없다. 당신이 뭘 원하는지 카메라가 어떻게 알 수 있겠나?’라고 반문할 땐 웃음이 난다.
여행지에선 꼭 남기고 싶은 장면을 마주칠 때가 많다. 알찬 강의를 충실히 이수했으니, 이제는 우물쭈물하지 말고 카메라 셔터를 자신 있게 눌러 보자.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