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박원재]이석행 파업모델

  • 입력 2008년 7월 2일 02시 57분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올해 2월 미국 노동계와 협력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투쟁을 벌이겠다며 미 워싱턴을 방문했다. 미국 노동조합총동맹-산업별회의(AFL-CIO)의 존 스위니 위원장과 만난 그는 두 단체가 한미 FTA 비준 저지를 위해 모든 노력을 펼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시점에서 이 위원장은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스위니 위원장과 2차 회동을 해야 옳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이 ‘노동계 최대 현안’이 됐으니 당연히 미국 노동계와 힘을 모아야 하지 않겠는가.

▷민주노총은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 등을 내세워 오늘 총파업을 벌인다. 노동관계법은 임금 등 근로조건과 상관없는 정치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광우병 쇠고기로 노동자가 노동력을 상실하고 급식을 먹은 아이들이 잘못되면 임금에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는데 이 어찌 근로조건과 무관한 것인가”라고 한다. 그가 연대의 대상으로 삼은 미국 노동자들은 미국 쇠고기로 만든 스테이크를 상식(常食)한다. 30개월 이상 쇠고기도 들어간 햄버거는 이들의 단골 점심 메뉴다. 미국의 노조가 자기네 조합원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면 이를 깨우쳐 주는 게 한국 노동단체의 책무요 도리가 아니겠는가.

▷이 위원장은 “생산에 타격은 주되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총파업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파업으로 공장의 기계가 멈춰서면 국가 경제에 엄청난 피해가 온다는 것은 상식이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파업’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는 점을 이 위원장이 입증한다면 노벨 경제학상인들 못 받을까 싶다. 하지만 궤변은 어디까지나 궤변일 뿐이다. 그는 불법폭력정치투쟁으로 변질된 촛불시위에 대해 “순수와 열정, 비폭력, 평화 등 촛불의 네 가지 정신은 지금도 유효하고 우리도 철저하게 따르고 있다”며 한술 더 뜬다.

▷이 위원장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국가신인도를 확 떨어뜨리는 투쟁을 하겠다”고 했고, 쇠고기 파업을 선언할 때는 “야구 경기하듯 순차적으로 파업하겠다”고 했다. 지독한 파업병(病)이다. 오죽하면 한국노총 장석춘 위원장이 “민주노총은 총파업 만능주의에 빠져 있다”고 했을까.

박원재 논설위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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