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쇠고기를 ‘미친소’라고 우기는 세력은 희망의 ‘되고송’도 ‘대운하 말 나오면 경제 살린다 하면 되고/(생략)/광우병 걸리면 죽으면 되고’로 비틀어 절망의 ‘되고송’으로 변질시켰다. 이명박 대통령이 4월 21일 “(미국 쇠고기를) 강제로 공급받는 것이 아니고 마음에 안 들면 적게 사면 되는 것”이라고 한 말을 물고 늘어진 것이다. 대통령의 말은 수입이 되더라도 선택은 소비자가 한다는 취지였다.
▷쇠고기 수입업체 에이미트가 그제 서울 금천구 시흥동 직판장에서 9개월 만에 미국 쇠고기 판매를 재개했다. 첫날 준비한 200kg이 불과 5시간 만에 매진됐다. 어제는 전국에서 전화로 주문받은 양만도 200kg이 넘을 정도로 소비자들의 반응이 괜찮은 편이라고 한다. 가격이 한우의 3분의 1 수준으로 삼겹살보다 싸다는 것이 강점일 것이다. ‘미국 쇠고기를 수입하면 인간광우병에 걸려 국민이 하나 둘 죽어서 10년 뒤에는 나라가 없어진다’는 괴담대로라면 한 점도 안 팔려야 할 텐데 이상하지 않은가.
▷구입자들이 무지해서일까. 아닐 것이다. 그들인들 왜 광우병 논란의 진위를 못 가리겠는가. 중요한 건 그들 또한 민심(民心)의 일부라는 사실이다. 재협상을 요구하며 서울 도심을 무법천지로 만드는 사람들의 목소리만이 민심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벌써 ‘미국 쇠고기 판매 저지’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어제만 해도 민주노총이 에이미트 매장 앞에서 시위를 벌여 판매가 일시 중단됐다. 협박 전화도 꽤 걸려왔다고 한다. 이거야말로 횡포다. 미국 쇠고기를 먹을 것인지 말 것인지는 결국 소비자가 판단한다. 민노총이 무슨 근거로 소비자들의 기호까지 통제하려 드는가.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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