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전교조式‘쇠고기 현수막’

  • 입력 2008년 7월 4일 02시 58분


헌법 31조에 나와 있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 조항은 허울 좋은 장식이 돼가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정치적 이념적 활동을 확대하면서 순수해야 할 학교를 더욱 오염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의 9000여 개 학교에 미국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현수막이 전교조 이름으로 곧 내걸린다. 전교조 본부가 분회(分會)가 있는 이들 학교에 지시를 내렸다. 전교조는 같은 내용을 담은 가정통신문도 발송하기로 했다. 교장이 발송에 반대하는 학교에서는 담임교사가 직접 통신문을 보낸다. 이처럼 전교조 마음대로라면 학교의 위계질서는 여지없이 무너졌다는 얘기다.

▷전교조의 이런 활동은 물론 위법이다. 쇠고기 파문은 식품 안전의 문제를 넘어 좌파 진영의 ‘정권 흔들기’로 변질됐고 전교조는 그 전열에 있다. 교원노조법은 전교조의 정치활동을 일절 금지하고 있으므로 이것만으로도 ‘정치적 중립’ 위반이다. ‘쇠고기 현수막’ 설치는 한술 더 떠 정치활동의 무대를 거리에서 학교로 확대하겠다는 선전포고다. 학교 공간과 가정통신문까지 쇠고기 반대 투쟁을 위한 선전도구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학생들의 집회 참여가 줄어들고 곧 여름방학이 시작되자 마지막 불씨라도 지펴보겠다는 건가.

▷교육기본법 14조는 ‘교원은 특정 정당이나 정파를 지지하거나 반대하기 위해 학생들을 지도하거나 선동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런 상식이 통하지 않는 한국 교육에 절망감을 느끼게 된다. 또한 전교조는 전 조합원을 촛불집회에 참석하도록 독려하겠다고 밝혔다. 촛불집회는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정치의 장(場)으로 바뀌었다. 요즘 시위에 등장하는 구호처럼 정부와 맞붙어 보겠다는 것인가. 정부는 교육 관련 법을 사문화(死文化)시키고 싶지 않다면 막가는 일부 교사에 엄정 대응해야 한다.

▷전교조 교사들은 정 현수막을 걸고 싶으면 자기가 살고 있는 집에 걸면 된다. 교사의 정치적 주장은 개인의 의견 표출 차원을 넘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학부모는 자녀를 맡고 있는 교사가 전교조 소속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 차제에 전교조 교사들은 학부모에게 소속을 밝히는 것이 좋겠다. 그것이 교육 수요자에 대한 최소한의 윤리일 것이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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