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방형남]중국-대만 直航모델

  • 입력 2008년 7월 5일 03시 03분


분단국 역사에 또 하나의 ‘역사적인 날’이 추가됐다. 어제 중국과 대만 사이에 정기 직항(直航) 여객기 운항이 시작돼 중국 관광객은 대만으로, 대만 관광객은 중국으로 직행했다. 중국의 5개 도시와 대만의 6개 도시에서 출발한 18대의 여객기가 1000여 명의 관광객을 상대방 도시로 실어 날랐다. 갈라진 중국과 대만이 59년 만에 하늘 길로 연결된 것이다. 1989년 11월 9일 동서독을 가로막고 있던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2000년 6월 15일 남북한 지도자의 첫 정상회담에 비교할 만한 사건이다.

▷중국과 대만 사이에는 매주 36편의 주말 직항 여객기가 운항된다. 중국인의 경우 18일부터 하루 최대 3000명까지 최장 10일간 대만관광을 할 수 있다. 1년 뒤에는 하루 3000명 제한이 없어진다. 직항로 개설을 앞두고 대만은 지난달 30일부터 중국 위안화의 대만 내 유통과 환전을 허용했다. 중국인 관광객은 물론이고 대만인들도 1인당 2만 위안(약 300만 원)까지 마음대로 사고팔 수 있다. 중국인과 대만인이 흥분할 만하다.

▷중국과 대만의 급속한 화해는 대만의 정권 교체가 시발점이 됐다. 마잉주 대만 총통은 5월 20일 취임 직후부터 대중(對中) 유화정책을 시행해 불과 한 달여 만에 직항 시대를 이끌어냈다. 일부 대만인은 양안(兩岸) 화해가 너무 빨리 진전돼 어지럽다며 신중론을 제기할 정도다. 대만 독립을 추구하던 천수이볜 전임 총통 시절에는 군사적 위협을 서슴지 않던 중국의 변화도 놀랍다. 정부가 직접 협상에 나서는 대신 반관영(半官營) 협상기구를 내세워 사실상 관광 자유화를 성사시킨 중국인들의 지혜가 돋보인다.

▷중국과 대만의 정기 직항편 개설이 부럽다. 남북 정상회담을 두 번이나 하고도 정기 항로 개설은 꿈도 꾸지 못하는 우리 현실이 안타깝다. 정상회담만으로는 남북의 뿌리 깊은 불신을 해소하기 어렵다. 남북 국민이 관광객으로라도 자유롭게 접촉해야 불신을 줄이고 민족적 동질성을 회복할 수 있다. 더구나 남북 관계는 지금 혹한기에 들어서 있다. 남북 모두 중국-대만 직항 모델 같은 실용적인 정책으로 접근해야 할 텐데, 북은 주민이 굶고 있는데도 남의 식량은 안 받겠다고 하는 지경이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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