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가 반발하자 국토해양부는 “시스템 유지 관리 위탁을 받은 업체가 꼼꼼히 점검하지 않아 생긴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것이 단순한 실수로 보이지 않고 종교적 편향(偏向)이 개입된 고의라는 의심이 든다는 데 사안의 심각성이 있다. 서울 강남의 대표적 사찰인 봉은사는 알고가에 이름이 없는 데 비해 인근 중소규모 교회 7, 8곳은 십자가 표시와 함께 들어가 있다. 조계사 구룡사처럼 도로의 이정표가 될 만한 사찰도 몽땅 빠졌다.
조계종 중앙신도회와 종교평화위원회는 ‘알고가에서 불교의 사찰과 상징물을 제외한 것은 누군가의 지시와 감독이 수반된 일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관련 공무원의 엄중 처벌을 요구했다. 기독교도들조차 온당치 못했다고 할 정도이니 불교계가 성난 반응을 보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다행히 불교 천주교 기독교가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갈등의 소지는 항상 존재한다. 내 종교가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의 종교도 소중하다. 나의 신앙과 다른 종교를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더욱이 공직자는 헌법에 명시된 종교적 중립을 엄정하게 지켜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종교가 편향성 시비나 오해의 빌미가 되지 않도록 더욱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정부가 용역업체의 실수 탓으로 돌리고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누가 무슨 이유로 사찰 이름을 뺐는지 경위를 조사하고 책임을 따져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이 사건을 공명하게 처리하지 못하면 종교 간 화합을 해치고, 국민통합에도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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