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 마리 불사조이고, 그대는 이미 죽은 쥐를 뜯어먹고 있는 부엉이다. 그대는 내가 그대를 밀어내기 위해 오고 있다고 놀란다. 그러나 그대의 지위와 권력은 내게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것은 죽은 쥐에 불과하다. 그것은 나의 먹이가 아니다. 야망은 삶으로 가는 길이 아니다. 그것은 죽음으로 가고 있는 자들을 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욕망을 버리면 절대자유를 얻는다
어떤 대상을 욕망하거나 사유하지 않는 무위(無爲)의 도(道)를 설파한 장자. 인도의 명상가인 오쇼 라즈니시(1931∼1990)가 장자의 사상을 강의했고 시인 류시화 씨가 이를 번역한 책이다. 원제는 ‘빈 배(The Empty Boat)’. 첫 장의 주제이기도 하다.
“세상의 강을 건너는 그대 자신의 배를 빈 배로 만들 수 있다면, 아무도 그대와 맞서지 않을 것이다. 아무도 그대를 상처 입히려 하지 않을 것이다.”
라즈니시는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은 채 도와 함께 흘러 다니며, 삶 그 자체가 돼 걸어 다니는 이, 집도 없고 이름도 없이 발걸음은 아무런 자취를 남기지 않는 그러한 이가 “완전한 이다. 그의 배는 비어 있다”고 말한다.
선문답 같은 그의 말을 곱씹어보면 ‘배’는 우리가 이 세상을 살며 고통스럽게 지고 가는 자아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우리의 껍데기다. 우리는 평생 이 껍데기를 쓰고 살아가기에 껍데기 아닌 진정한 그 무엇이 있으리라는 선인(仙人)들의 이야기를 허망하고 유용하지 않은 말이라며 내친다.
라즈니시는 그에 대해서도 한마디 한다. “그대 자신이 사라지지 않고서는 신은 찾아오지 않는다. 그대가 그토록 고집스럽게 자기 자신으로 채워져 있기 때문에 그대 안으로는 이제 아무것도 스며들 수가 없다. 지금 그대의 문은 닫혀 있다.”
지금 우리가 괴로운 것은 겉으로 드러난 지위를 유지하려는 욕망이 우리를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고는 어느 구두쇠의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누군가 구두쇠에게 물었다. “그 많은 재산을 어떻게 모았는가.” 구두쇠가 답했다. “‘내일 할 일은 모두 오늘 하자. 그리고 오늘 즐길 일은 모두 내일로 미루자’라는 좌우명으로 살았다.” 라즈니시는 그러면 분명히 성공할 것이지만 삶의 환희는 잃을 것이라고 말한다.
세속에 꽉 갇힌 현대인들에게 뜬 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다. 번민과 고뇌로 가득 찬 세상을 살아가는 데 번민과 고뇌로부터 훌쩍 떠난 삶이 무슨 소용 있겠는가.
그러나 한 번쯤 세상에 살아가되 세상에 소속되지 않은 여유를 얻어야 자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다. 현대인에게 그런 기회는 여행 때나 찾아올 것이다.
이 책을 추천한 여행작가 권삼윤 씨도 인도 여행 때 이 책을 꺼내 읽었다. “인도는 비우는 나라였다. 욕망을 버리면 절대적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한 라즈니시의 말을 갠지스 강변의 성스러운 도시 바라나시에서 분명히 깨달을 수 있었다. 경쟁과 돈이 다 된다는 자본주의만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비우려 애쓰는 사람도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으니 이 이상 값진 선물이 어디 또 있겠는가.”
권 씨는 “인도나 중국, 네팔, 테베트, 베트남, 라오스, 일본 등지를 여행하려는 사람이라면 배낭 속에 이 책을 넣고 갔다가 마음이 울적하거나 힘들 때, 동양적인 것이 무엇인지 궁금할 때 꺼내서 한번 읽어볼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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