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창혁]교섭단체

  • 입력 2008년 7월 10일 03시 00분


한나라당이 이회창 총재의 자유선진당을 교섭단체로 만들어주기 위해 국회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본보 보도(8일자 A5면)가 나간 뒤에도 민주당은 가타부타 말이 없다. 이상한 일이다. 한나라당이 4·9총선에서 과반의석으로 압승한 기세를 몰아 자유선진당과 보수 대연합의 정계개편이라도 시도하면 81석의 민주당은 입지가 크게 좁아질 텐데 왜 그럴까. 원죄(原罪) 때문이다.

▷16대 국회 개원 첫해이던 2000년 12월 김대중(DJ) 대통령의 민주당은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국회법 개정안을 날치기 통과시켰다. 교섭단체 요건을 원내 의석 20석 이상에서 10석 이상으로 완화하는 개정안이었다. 16대 총선에서 17석을 얻는 데 그친 연합 파트너 자민련 김종필(JP) 명예총재의 ‘민원’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이만섭 국회의장의 거부로 본회의까지 가지 못했다. 그래서 동원한 편법이 그 유명한 ‘의원 꿔주기’다. 민주당 의원 3명을 자민련에 빌려준 것이다. 헌정사상 유례가 없는 코미디였다. 입만 열면 ‘50년 정통 야당’을 자랑하는 민주당이 지금이라고 DJ 시절의 이 원죄를 잊었겠는가.

▷재미있는 것은 당시 민주당이 날치기를 서두른 배경이다. 당시 원내총무(요즘 원내대표)였던 정균환 의원이 “JP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골프장에서 만나 국회법 개정안 통과에 이면 합의했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먼저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JP와 이회창이? 사실이라면 자민련이 민주당과의 연합을 깨고 한나라당과 손을 잡는다는 얘기인데 그렇다면…. 해서 날치기를 했다는 것이다. ‘이면 합의설’의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정작 국회법 개정에 반대한 건 한나라당이었다. 정치란 역시 알 수 없다.

▷요즘도 국회법 개정을 놓고 ‘위당설법(爲黨設法)’이라는 비판이 있지만 생각하기 나름이다. 20석 요건이란 게 거대정당들의 이익을 위한 진입장벽일 뿐이라는 반론도 있다. 또 자유선진당(비례대표 포함 18석)은 대전 6곳 중 5곳, 충남 10곳 중 8곳을 석권했다. 대전·충남 유권자들의 민의를 대변하는 당이다. 국회 운영의 한 축(軸)이 될 자격이 있다. 무엇보다 이번 국회 정상화에 한몫 하지 않았는가.

김창혁 논설위원 ch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