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촛불시위를 주도했던 한국진보연대는 13일 발표한 성명에서 “사건을 정치적 목적에 이용해 남북관계 경색을 추구하려는 세력이 있다면 국민의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숨진 박왕자 씨를 애도한다고 하면서도 비무장 여성관광객에게 총질을 한 북한의 만행은 비판하지 않았다. ‘국민건강권’을 내세워 미 쇠고기 수입반대를 외친 사람들이 정작 북한이 침탈한 ‘국민생명권’에는 무감각한 것인가.
▷민주노동당은 11일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면서 “남북관계 전반에 어려움을 조성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할 것”이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민노당 홈페이지는 촛불집회와 쇠고기 수입반대 글만 가득하다. 반면에 민노당에서 갈라져 나온 진보신당은 북의 사과를 요구하면서 조사를 거부한 무책임하고 독선적인 행동을 비판했다. 민노당 내 다수였던 ‘종북주의(從北主義)’를 비판하고 탈당한 소수 ‘반북 좌파’의 정체성을 분명히 한 것이다.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왜 갈라졌는지 이유를 알 만하다.
▷인간 생명과 인권 문제에서 좌우의 구분이 있을 수 없다. 그런데도 친북좌파는 그동안 북한 주민의 인권에 입을 다물었다. 민노당과 진보연대는 촛불시위에서 입버릇처럼 ‘독재 타도’를 외쳤지만, 정작 국민 생명을 앗아간 김정일 독재의 야만성에는 눈을 감고 있다. 친북좌파의 이중 잣대는 이성과 상식의 범위를 넘어섰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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