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권희]셀 코리아

  • 입력 2008년 7월 16일 03시 01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만으로도 세계 금융시장이 휘청거렸는데 ‘지금까지는 1편’이란 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책 모기지업체의 부실은 미국 정부가 긴급구제에 나서 급한 불을 끄는 듯했다. 그러자 미국 지방 대형 은행과 자동차금융, 신용카드 쪽도 위험하다는 등 ‘신용위기 도미노’에 대한 우려가 터져 나왔다. 금융기관끼리 얽히고설킨 투자관계 때문에 위기요인이 바이러스처럼 전염되는 셈이다. ‘파생금융상품이 파국의 씨앗’이라는 경고의 현실화라는 주장도 있다.

▷이 와중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게 한국 증시다. 큰손인 외국인 투자가들이 주식을 팔기 때문이다. 외국인 순매도는 6월 9일부터 어제까지 27일간 이어져 사상 최장 연속 기록을 경신했다. 이번 순매도만 7조5000억 원, 올해 들어 20조 원을 넘었다. 1999년부터 본격화한 외국인 주식 투자의 큰 틀이 9년여 만에 바뀌는 양상이다. 증시의 외국인 투자 비중은 1998년 18.6%, 2003년 40.1%로 계속 높아져 2004년 4월엔 44.1%로 최고를 기록한 뒤 올해 급속히 줄어들어 최근엔 30%까지 밀렸다.

▷순매도 행진은 현금이 급해진 외국인 투자가들이 유동성이 높은 한국에서 주식을 처분한 결과다. 이 돈은 언제 돌아올까.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 시장의 매력 하락, 리스크 관리 등 여러 이유에서 외국인이 떠나고 있는 것으로 본다. 본격적인 ‘셀 코리아(sell Korea)’이며 급격한 매수 전환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미국 월가(街)에선 이명박 정부의 친(親)기업정책이 지연되는 데 대한 실망감도 나타난다고 한다. 반면 다른 전문가들은 과거에도 그랬듯이 외국인의 차익(差益) 실현용이며 다시 사러올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크게 보면 세계 투자가들이 위험자산인 주식을 줄여가는 과정에서 나온 양상이기도 하다. 한국 실물시장에서 기업, 공장, 점포, 부동산 등 매물이 쌓여가는 ‘세일(sale) 코리아’도 리스크를 줄이려는 판단으로 봐야 할 것 같다. 경제 성장력은 감퇴하고 소비와 투자는 되살아날 줄 모르는 상태에서 기업인, 소상공인, 가계 모두가 손실을 줄이려는 움츠리기 선택을 하고 있다. 경제 회복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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