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기록에 따르면 그는 스물네 살 때 여인숙 집 딸을 고속버스 회사 경리사원으로 취직시켜 준다고 속여 2만 원을 챙겼다. 3년 뒤에는 방송사 총무부장을 사칭해 정육점 주인에게서 쇠고기 10근(6kg)을 뜯어냈다. 방송기자를 사칭해 돈을 뜯었는가 하면 “내가 중부지방국세청장을 잘 아는데 세무조사를 시키면 이 호텔이나 사장은 박살이 난다”고 협박해 경기 이천의 M호텔 연회장 이용료 139만 원을 떼먹었다. 2000년 민주국민당 후보로 출마할 때는 ‘세계의 큰 인물, 이천의 큰 자랑’이라는 선거 홍보물에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찍은 것처럼 사진을 조작해 게재했다.
▷헌법 64조는 ‘국회는 의원의 자격을 심사하며, 징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민이 선출한 의원 신분이라 ‘최고 징계’인 제명(除名)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고 요건을 엄격히 하고 있지만, 자격 심사는 헌법의 ‘명령’이다. 국회의원 한 명에게 들어가는 세금만 따져도 1년에 세비(歲費) 1억670만 원을 비롯해 4억7000여만 원이 든다. 그런데도 의원들의 ‘끼리끼리 봐주기’ 풍조로 헌법의 자격 심사 조항은 한낱 장식물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 의원이 의원직 자진 사퇴를 거부하자 창조한국당은 총선 직후 “우리도 피해자”라며 대법원에 당선무효 소송을 냈다. 사기 전과자의 돈을 받고 의원직을 팔았다는 비난을 이런 소송 하나로 덮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도 궁금하다. 공천헌금 수사도 대법원까지 가면 최소 6개월은 걸린다. 그 사이에도 이 의원은 국민의 대표라며 세비를 타갈 것이다. 그렇게 내버려둘 수는 없는 일이다. 국회는 즉각 이 의원의 자격을 심사해야 한다. 드러난 재판 기록만으로도 의원직 제명감이다.
김창혁 논설위원 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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