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와 행정기관이 법을 잘 지켜 인치(人治)가 아닌 법치(法治) 사회가 되도록 일조하는 감사원을 만들겠습니다.”
김황식 감사원장 내정자는 28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한 뒤 “‘법에 의한 지배(Rule of Law)’가 확립돼야 인권과 정의가 살아 숨 쉬는 선진 민주국가, 국민이 더불어 잘사는 경제복지국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감사원의 역할은 단순히 행정기관의 잘못을 적발하는 것만이 아니다. 국민이 실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행정을 능률적, 효율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행정기관의 성과는 격려하고, 실수는 관대하게 포용하되, 고의로 한 나쁜 짓은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게 김 내정자의 생각이다.
김 내정자는 이날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관 퇴임식을 마지막으로 34년간의 법관 생활을 마무리했다.
그는 퇴임사에서 “법관 생활에서 얻은 귀중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감사원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고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어 후배 법관들에게 “법관이 재판을 할 때 준거로 삼아야 할 헌법과 법률, 양심 등의 기준을 흔들려는 세력이 존재한다”며 “가벼운 시대조류가 양심의 이름으로 둔갑해 재판의 장으로 넘어 들어오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또 통화에서 “법관은 자기의 소신이 아닌 공동선을 기준으로 삼아 재판을 해야 한다. 법관이 각자 소신에 따라 재판을 한다면 복수의 기준이 생기므로 사회가 혼란스러워진다. 후배들이 잘해 나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는 또 국민이 법관에게 부여한 사명을 ‘외롭더라도 시대 조류에 흔들리지 않고 당당하게 중심을 잡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그는 1972년 제14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차장 등을 거치며 등기 전산화 등 국민 편의를 증진시키기 위해 힘써 왔다. 광주지법원장으로 재직할 때는 직원들에게 정기적으로 e메일을 보냈고, 직원들이 이를 모아 ‘지산통신(芝山通信)’이란 책을 냈다.
그는 이 책에서 “어정쩡하거나 형식적이고 기계적인 업무처리로 민원인을 당황하게 한다면 이는 불친절입니다. 실력이 친절입니다”라고 말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