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족끼리!’ 외치다 올림픽 동석 거부한 北

  • 입력 2008년 8월 7일 03시 01분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올림픽 개막일인 내일 주최하는 각국 정상 부부들을 위한 환영 오찬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동석(同席)이 무산됐다. 중국 측은 당초 두 사람이 같은 테이블에 앉도록 좌석을 배정했다가 뒤늦게 갈라놓기로 했다. 북한이 동석을 거부해 좌석을 재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올림픽 행사를 정치논리로 오염시켰다.

남북 대표단의 개회식 공동 입장(入場)에 대한 논의를 거부했던 북한은 입장 순서마저 트집을 잡아 바꿔버렸다. 입장 순서는 중국의 한자 간체자(簡體字)로 쓴 국명의 첫 글자 획수를 기준으로 한국은 177번째, 북한은 178번째로 결정됐다고 공식 발표까지 됐었다. 그럼에도 북한은 한국 바로 뒤에 따라 들어가는 데 대해 올림픽조직위원회와 중국 정부에 항의해 남북한 선수단이 4개국을 가운데 두고 떨어져서 입장하게 됐다.

그뿐만이 아니다. 개막식 참관석도 북한이 영어 표기를 ‘DPRK’로 해달라고 주최 측에 요구해 김 위원장은 참관석 앞쪽에, 이 대통령은 뒤쪽에 멀리 떨어져 앉게 됐다. 베이징에 도착한 북한 선수단 역시 지침을 받았는지 훈련 과정에서 마주치는 한국 선수나 취재진을 애써 피하고 쌀쌀맞은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북한은 다음 달 10일 평양에서 열릴 2010년 월드컵 축구 아시아 최종예선 남북한 경기도 태극기 게양과 애국가 연주를 거부해 경기장소를 제삼국으로 옮기게 하는 등 스포츠를 정치화하고 있다.

북한의 이런 태도는 입만 열면 외치는 ‘우리 민족끼리!’가 오로지 체제의 잇속만을 위한 선전구호임을 거듭 확인시킨다. ‘민족끼리’는 외화벌이용이나 남한 내 친북 분위기 조성용일 뿐이다. 남한 정부가 자신들에게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순수한 스포츠 행사에서조차 몽니를 부리니 실망을 넘어 딱해 보이기까지 한다.

북한이 이런 식으로 이명박 정부를 길들여보겠다는 생각이라면 착각이다. 남북관계 경색은 금강산 관광객 사건에 대한 남북 공동의 진상조사부터 해야 풀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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