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세상/장영근]한국 ‘달 탐사’ 그날까지

  • 입력 2008년 8월 11일 03시 00분


6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민간 우주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우주분야 협력은 한미동맹 관계의 가시적 상징이기도 하다. 우주기술은 대표적인 민군 겸용기술이기 때문이다.

협력의 첫걸음으로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주도하는 ‘국제 달 탐사 네트워크(ILN)’ 사업 참여가 논의된다. 한국은 지난달 24일 사업참여의향서에 서명했다. 우리나라의 우주탐사 계획이 탄력을 받을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우주개발을 시작한 지 15년여 만에 본격적으로 우주탐사를 시작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ILN 사업은 NASA가 한국을 포함한 주요 8개국에 제안한 국제우주협력 사업이다. 우리 우주개발 능력을 그만큼 높이 평가한다는 방증이다. 달 환경 및 자원탐사를 주 목적으로 하며, 측정 장비를 장착한 착륙선 6∼8기를 달 표면에 보낼 예정이다. NASA가 먼저 2013, 2014년에 달의 극지역에 ILN 착륙선을 보낼 계획이다. 이어 참여국이 각각 달의 다른 지역에 착륙선을 보낸다. 측정 데이터와 정보는 참여국 모두가 공유하는 것이 원칙이다.

달은 지구 밖에서 가장 가까운 이웃이다. 1969년 아폴로 11호의 첫 착륙 이래 12명의 우주비행사가 달을 밟았다. 40년 이상 40여 기가 넘는 무인우주선이 달 궤도를 돌거나 달에 착륙해 다양한 임무를 수행했다. 그러나 인류가 달에 대해 아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20세기에는 미국과 러시아가 체제 우위를 과시하려고 경쟁적으로 우주를 탐사했다. 우주탐사는 우주과학 연구라는 틀로 수행됐지만 속내는 국가 위상 제고와 군사력 강화 목적이 크다. 우주탐사의 투자 대비 효율성과 타당성 논란을 잠재운 이유이기도 하다.

21세기 들어 세계적으로 우주탐사에 대한 관심과 경쟁이 재점화됐다. 미국은 2004년 우주탐사 국가비전을 제시하며 달과 화성에 대한 유인탐사와 기지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일본과 중국은 각각 작년 9월과 10월 달 탐사 궤도선 ‘가구야’와 ‘창어 1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인도는 올해 9월 달 탐사 궤도선 ‘찬드라얀 1호’를 발사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말 2020년에 우리가 개발한 발사체를 이용해 달 탐사선을 발사한다는 로드맵을 수립했다.

아이러니하게도 21세기 우주개발은 치열한 상호 경쟁 속에 적극적 국제협력을 택한다. 국가 간 협력으로 투자 예산과 기술적 위험을 최소화하고 탐사에 따른 이득을 공유하자는 전략이다.

우리나라가 2020년까지 달 탐사를 성공하려면 ILN을 디딤돌로 활용해야 한다. ILN 참여를 통해 자립형 달 탐사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사업 참여 범위는 소요 비용, 우리의 기술능력, 기술획득 수준 등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자립형 달 탐사에도 국제 협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달 탐사 위성과의 심우주통신은 미국이 세계 각지에 설치한 대형 통신시설과 장비를 활용해야 한다. 고성능 탑재장비는 국제협력을 통해 개발 탑재하는 것이 경제적이다. 데이터를 공유하고 비용과 기술적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달 탐사 성공의 또 다른 축은 신뢰성 높은 우주운송시스템과 로켓 개발이다. 아직도 우주로켓은 실패율이 높은 운송수단이다. 로켓 개발을 경제 논리와 투자 대비 효용성 잣대만으로는 평가할 수 없다. 그만큼 로켓 개발은 국가 정책적, 전략적 측면에서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세금을 사용하는 달 탐사를 위해서는 국민적 동의도 필요하다. 과학기술자는 세계적 추세인 저비용의 우주탐사 전략을 세워 가장 효율적인 한국 달 탐사 방안을 찾아야 한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 한국과학재단 우주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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