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글로벌 KU’ 박차 이기수 고려大총장

  • 입력 2008년 8월 12일 03시 01분


총장 취임 이후 한 학기를 보낸 이기수 고려대 총장은 9월부터 본격적으로 국제화 사업과 학교발전기금 모금, 교수평가 방법 개편에 나서 고려대를 세계적인 대학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김경제 기자
총장 취임 이후 한 학기를 보낸 이기수 고려대 총장은 9월부터 본격적으로 국제화 사업과 학교발전기금 모금, 교수평가 방법 개편에 나서 고려대를 세계적인 대학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김경제 기자
올해 1월 제17대 고려대 총장으로 취임한 이후 한 학기를 보낸 이기수 고려대 총장을 8일 집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내년 3월 개교하는 법학전문대학원, 학교발전기금 모금, 국제화사업 강화 등 그동안 자신이 구상해온 청사진을 9월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소상하게 밝혔다.

―여러 번 도전 끝에 맡은 총장직을 실제 해보니 어떻습니까.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지만 정신없이 한 학기가 지나갔습니다. 특히 최근 행정학과를 법대로 옮기는 문제 때문에 학과마다 견해차가 있어 어려움이 있습니다. 정경대 구성원과 법대 구성원이 서로 합의하는 것을 보고 결정할 겁니다.”

―일각에선 고려대가 법학과를 고수하려 한다는 소문이 있는데요.

“결정되지 않은 일들이 사실과 다르게 외부에 알려지고 있습니다. 로스쿨을 만들면 당연히 법학과 신입생을 뽑을 수 없습니다. 다만 올해 법학과에 들어온 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는 법학과를 유지해야 합니다. 행정학과의 경우 1982년에 법대에서 정경대로 옮겨갔는데 다시 되돌리자는 의견이 있어 내년에 신설하는 자유전공학부와 함께 법대 소속으로 두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해외 대학과의 교류에 많은 시간을 쏟았다고 들었습니다.

“각국의 29개 대학을 직접 방문하고 영국 옥스퍼드대를 비롯한 50여 개 대학과 교류협정을 체결했습니다. 지난해 1083명의 학생을 외국대학에 파견했고 올해는 1300명에 이를 겁니다. 요즘은 교환학생 선발시험에 떨어지면 울고불고 난리일 정도로 학생들이 적극적입니다. 낯선 외국에서 혼자 의식주를 해결하고 외로움을 극복하면서 인생을 배울 겁니다. 고려대 학생 누구나 최소 1년은 해외에서 공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명실상부한 ‘글로벌 고려대(KU)’를 만들 겁니다.”

―단순한 교류가 아니라 해외에 분교를 세우는 것인가요.

“경영대가 100억여 원을 투자해 내년 3월부터 중국 푸단(復旦)대에 상하이 분교를 운영합니다. 고려대와 푸단대 학생들이 원하는 곳을 골라 공부하고 상호 학위도 딸 수 있죠. 학기마다 교수도 서너 명 파견할 계획입니다. 1년짜리 석사과정을 운영하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캠퍼스도 내년 9월에 문을 엽니다. 매년 50여 명의 우수한 외국 학생을 뽑아 전액 장학금을 지원하고 한국의 정치 경제 북한 통일 등 다양한 이슈를 가르쳐 고려대 석사학위를 수여할 겁니다.”

이 총장은 미국 워싱턴 소재 대학들과 한국학 파트너십을 맺고, 영국 옥스퍼드대와 한국학 복수학위 연계 프로그램을 구축해 로스앤젤레스 캠퍼스와 더불어 3대 ‘코리아 스터디 센터’로 육성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그는 최근 서울대가 세계 10위권 대학에 진입하겠다고 선포한 것도 국내 대학이 함께 발전하는 데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대학 중 10개 정도가 세계 100대 대학에 들어가면 국제 경쟁력이 있어요. 연구중심 대학들이 선의의 경쟁을 통해 공동 발전해야 합니다. 고려대는 서울대가 참여하고 있는 아시아태평양지역대학협의회(APRU)에 가입 신청을 내고 이달 중순 승인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3개 외국어 습득을 의무화했는데….

“영어 이외에 유럽 언어와 아시아 언어도 하나씩 가르칠 겁니다. 내년부터 당장 실시하려다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아 일단은 인증제부터 실시한 뒤에 차차 의무화할 생각입니다. 영어 강의 비율도 현재 40%에서 2010년까지 50%로 확대할 겁니다.”

그는 각 대학이 경쟁적으로 교수 연구실적과 업적 평가를 강화하는 것에 대해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교수의 능력을 세분화해 각기 다른 실적을 요구하고 그에 맞는 평가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역할에 따른 업적 평가’입니다. 10월경이면 다른 대학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교수평가 방법을 내놓을 겁니다. 대학은 연구뿐만 아니라 교육과 봉사를 하는 기관입니다. 교수마다 연구, 교육, 봉사 중 잘하는 분야에 힘을 쏟고 그에 맞는 평가 기준을 적용받도록 해야 합니다.”

―새 정부의 대학자율화 조치와 ‘세계적인 연구중심 대학(WCU)’ 육성사업은 어떻게 보십니까.

“일단 입시업무를 대학에 넘긴 것만으로도 높이 평가할 만합니다. 인적 구성이 공무원에서 대학인으로 바뀌면 자율화가 빨라질 거예요. WCU 사업도 단기간에 해외 우수학자를 모셔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우리 대학에 자극제가 되겠지요. 고려대는 많은 프로젝트에 참가할 역량을 충분히 갖추고 있습니다.”

이 총장은 경쟁 대학에 비해 늦게 출발한 이공계와 의대 육성에도 남다른 의지를 보였다. 기술지주회사도 학생들이 발명과 특허에 활발하게 참여해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실리적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5000억 원 모금 약속은 잘 돼 갑니까.

“6개월간 1115억 원의 발전기금이 들어왔어요. 그러나 이제는 총장의 인맥에 좌우되는 모금방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고액·소액모금, 국내외 캠페인모금 등 다양한 모금상품을 개발해 10월에 발표하고 대대적인 기금 모금에 나설 겁니다.”

그는 사립학교법 개정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개방형 이사제와 같은 독소조항 때문에 고려대도 이사회 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함께 18대 국회에서 사학법을 개정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 이기수 총장

△1945년 경남 하동 출생

△1964년 부산 동아고 졸업

△1969년 고려대 법학과 졸업

△1983년 독일 튀빙겐대 법학박사

△1984년 고려대 법대 교수

△1996∼1999년 국가경쟁력연구원 원장

△1998년 고려대 법대 학장, 한국독일학회 부회장 및 회장

△2006년 1월∼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한국중재학회 회장

△2008년 1월∼ 제17대 고려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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