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는 무용담뿐만 아니라 정치, 군사, 외교, 행정은 물론 재무, 인사, 과학기술까지 망라하고 있다. 삼국지가 보여 주는 천시(天時), 지리(地利), 인화(人和)의 중요성은 현대 경영에서도 조금도 다를 바 없다.”》
조조 유비 손권…21세기형 CEO는?
‘삼국지’를 변주한 책은 무수히 많다. 특히 경영 부문에선 인사와 리더십에 대한 원 텍스트로서 삼국지는 늘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책은 조조 유비 손권을 최고경영자(CEO)에 대입해 그들이 가진 CEO로서의 장단점과 리더십 스타일을 일목요연하게 비교 분석하고 있다. 많은 삼국지 관련 서적 가운데 이 책은 지난해 6월 1쇄를 발행한 뒤 올 5월까지 27쇄를 찍었으니 ‘스테디셀러’의 반열에 오르고 있는 셈이다.
조조는 유비를 중심으로 쓰인 삼국지연의에서 ‘난세에는 간웅’으로 표현된 것처럼 부정적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저자는 조조를 개인적 능력이 가장 뛰어난 ‘만기총람(萬機總攬)형’ CEO로 꼽는다. 조조는 로마의 카이사르나 프랑스의 나폴레옹처럼 전쟁에선 훌륭한 장수였고 정치가로선 나라를 잘 다스렸으며 뛰어난 감성을 지닌 문인이기도 했다. 신상필벌을 엄격히 하고 좋은 인재가 있으면 어떤 사람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가 초빙했으며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단으로 난관을 돌파하는 데 일가견이 있었다.
그는 흔히 신임하던 부하를 조그만 이유로 쉽게 내치는 옹졸한 인물로 그려진다. 그는 적재적소에 인물을 쓴 뒤 그 용도가 다하면 가차 없이 제거했다. 그러나 저자는 사소한 인정에 이끌리지 않고 회사 전체의 경영상 필요한 판단을 빠르고 정확하게 내린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항상 현실에 입각해서 냉철하게 판단하고 임기응변에 능했으며 기민하게 움직였다. 저자는 삼국시대라고는 하지만 중원의 최강국을 건설했던 조조의 능력을 쉽게 폄훼할 수 없다고 평가한다.
조조에 비해 유비는 답답하다. 대의와 명분을 내세우며 쉽게 행동하지 못하는 그의 행보를 보면 안타깝기까지 하다. 그러나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이상과 원칙을 지키기 위해선 대단한 배짱과 믿음이 필요하다. 길게 보면 그것이 이득이 된다. 유비는 비록 인정과 의리에 약했지만 통이 크고 후했다. 특히 사람을 믿고 쓰는 것은 누구도 따라오지 못하는 CEO였다. 권한을 한 번 위임하면 끝까지 맡기는 그의 리더십은 섣불리 흉내 낼 수 없는 것으로 그가 타고난 재질을 갖고 있음을 보여 준다. 조조 같은 만기총람형이 명석하고 정력적이며 정확한 평가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유비 같은 권한위임형은 사람 보는 눈이 정확하고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항상 도전하고 건곤일척의 승부를 걸었던 조조, 유비와는 달리 손권은 부형의 패업을 물려받아 상대적으로 덜 험난한 길을 걸었다.
그렇지만 그는 신중한 성격으로 물려받은 자원을 잘 관리했다. 실리를 위해 체면에 구애받지 않고 실사구시를 구현했다. 특히 그는 큰일이 생기면 신하를 불러 모아 의견을 경청하고 모두가 승복할 수 있는 안을 채택해 에너지를 결집시키는 능력이 탁월했다. 특히 적벽대전을 앞두고 신하들의 반대를 설득해 가며 이끌어 간 그의 합리성은 재해석될 만하다.
저자는 만기총람형(조조), 권한위임형(유비), 합의형(손권) 중 누가 더 좋다고 할 수 없지만 그만의 스타일을 적절히 구사할 때 국가(기업)의 운명이 결정된다고 결론 내린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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