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메달리스트에게는 금메달이 만족의 기준이 되고, 동메달리스트에게는 노 메달이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전자는 은메달의 기쁨보다 금메달을 놓친 게 가슴 아프지만, 후자는 동메달이라도 땄다는 사실이 고맙고 기쁜 것이다. 성취에 대한 만족감은 이토록 상대적이다. 행복의 상대성원리라고나 할까. 옛 어른들도 “가능하면 너보다 못한 사람을 보고 살아야지, 잘난 사람을 보고 살면 평생 불행하다”고 충고하곤 했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메달의 색깔에 너무 집착한다. 선수들부터 은이나 동을 따면 표정이 밝지 않다. 세계 2, 3위라면 대단한 성취인데도 그렇다. 베이징 올림픽 남자 유도 60kg급에서 금메달을 딴 최민호 선수도 4년 전 아테네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고 이런 서러움을 뼈저리게 겪었다고 한다. 오라는 팀도 없었고, 평소 친했던 이원희(당시 73kg급 우승) 선수마저 같은 금메달리스트들하고만 어울려 다녀 더 외롭고 힘들었다는 것이다.
▷우리의 이런 ‘1등 지상주의’는 최 선수와의 결승에서 패한 오스트리아 루트비히 파이셔의 모습과 대조를 이룬다. 파이셔는 은메달을 딴 것만 해도 정말 기쁘다는 듯 시종 환한 얼굴이었다. 그는 최 선수에게 먼저 축하의 악수를 건넸고, 감격의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는 최 선수를 따뜻하게 안아주기까지 했다. 인터넷엔 “파이셔의 매너에 감동했다”는 누리꾼들의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우리의 은메달리스트, 동메달리스트들도 그의 넉넉함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 최선을 다했으면 결과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그만한 성취가 어디 쉬운 일인가. 우리 국민도 그들에게 박수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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