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자전거 보급률은 16.6%로 선진국에 비해 낮은 편이다. 네덜란드 100%, 일본 56.9%에 한참 못 미친다. 자전거의 교통분담률도 고작 3%로 독일이나 일본의 25%에 크게 뒤진다. 자전거를 주말 레저용으로 탈 뿐 평시 이동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은 드물다. 자전거를 편리하게 탈 수 있는 전용도로와 보관소가 부족한 탓이 크지만 자전거 교통사고에 따른 위험 부담도 한 원인이다.
▷작년 한 해에만 1374건의 자전거 교통사고가 발생해 69명이 사망했다. 자전거는 한문으로는 ‘自轉車’라고 쓰고 읽기는 ‘자전거’라고 읽지만 도로교통법상 ‘차(車)’로 돼 있어서 자동차 사고와 같은 규정을 적용받는다. 차도에서 자동차와 사고가 나면 그나마 낫지만 자전거도로에서 보행자와 사고가 나면 전적으로 자전거 운전자가 책임져야 한다. 하지만 자동차처럼 종합보험이 없기 때문에 피해자와 ‘무조건 합의’를 해야 형사책임을 면할 수 있다. 경남 창원시 같은 자전거도시와 시민단체가 자전거 보험 도입을 줄기차게 주장하는 이유다.
▷금융감독원이 보험개발원에 자전거 전용보험 개발에 필요한 위험률 산정을 요청했다고 한다. 연말쯤이면 국내에서도 본격적인 자전거 보험이 등장할 모양이다. 1997년 삼성화재가 자전거 보험을 도입했으나 적자를 보고 4년 만에 철시했다. 그러나 그동안 자전거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달라졌다. 자전거 선진국인 유럽이나 일본에선 모든 자전거가 자동차처럼 번호판을 달아야 하고, 보험 가입도 활성화돼 있다. 안심하고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제도적 인프라를 만들어 주는 것이 고유가 시대에 정부가 할 일이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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