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선수에게는 흔히 ‘여자 헤라클레스’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여자’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그러나 역도(力道)가 단지 힘만 쓰는 운동이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장 선수는 우승 직후 “체육과학연구원(KISS)의 비교분석과 조언이 많은 도움이 됐다. 잘못된 습관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2006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할 때까지만 해도 바벨을 드는 동작이 부자연스러웠다. KISS는 EMG(근전도 분석법)로 근육활동을 분석한 결과 원인이 다리근육의 좌우 불균형에 있음을 밝혀냈다. 장 선수의 힘과 의지에 KISS의 과학이 접목되지 않았다면 베이징의 파천황도 없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옥에 티랄까. 중계방송 중 MBC 해설위원인 안효작 역도협회 전무의 장 선수 호칭은 아무래도 귀에 거슬렸다. 그는 해설을 하면서 처음엔 “장미란 선수”라고 꼬박꼬박 ‘선수’를 붙이다가 막판에 “장미란이가…” “미란이가…”라고 사석(私席)에서나 있을 법한 호칭을 연발했다. 선수들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체육계의 관행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그렇더라도 장 선수를 향한 국민의 사랑과 환호를 생각한다면 조심했어야 했다. 남자 역도 금메달리스트인 사재혁(23)선수가 장미란 선수를 “형님”이라고 부른다지만 그건 후배로서 다분히 애교가 섞인 호칭일 터이다.
▷국내 신문도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는 ‘씨’ 없이 이름만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긴 하다. 활자매체의 특성도 있고, 독자들의 현실적인 어감(語感)에도 부합하기 때문이지만 공식석상에서 ‘말로 부르는’ 호칭은 달라야 한다. 선수와 감독, 선배와 후배 사이의 끈끈함이 유독 강조되는 분야가 스포츠이긴 하나, 이제부터라도 장미란 선수를 만들어낸 스포츠과학 수준의 호칭 문화가 정착됐으면 좋겠다.
김창혁 논설위원 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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