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갑자기 나타났던 슈메이커-레비 혜성은 우리가 평생 한 번 볼 수 있을까 말까한 것이었다. 글자 그대로 ‘혜성처럼’ 나타나 모든 나라에서 난리가 났었는데 특히 선진국의 대도시, 예를 들어 일본 도쿄 같은 도시에서는 이 혜성을 보려고 소등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이런 기회가 다시 온다면 이제 우리나라 도시도 꼭 참여했으면 좋겠다. 민방위 등화관제 훈련까지 수시로 해봤던 우리가 못할 리가 있겠는가.
‘불을 끄고 별을 켜는’ 일은 상업적으로도 활용가치가 있다. 예를 들면 해수욕장에서 매일 밤 일정한 시간 동안 불을 꺼 피서객에게 별이나 은하수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자기 고장을 명소로 만들기 위해 지자체나 주민이 얼마든지 검토해 볼 만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휴가철 밤에는 은하수가 바로 머리 위에 드리워지며 1년 중 가장 웅대한 모습을 드러낸다. 은하수 주위에는 밝은 세 별이 커다란 이등변삼각형을 이룬다. 맑은 시골의 밤하늘에서 보면 세 별 중 하나는 은하수 속에 잠겨 있고 다른 둘은 은하수의 양쪽에서 서로 마주보고 있다. 나중 두 별이 유명한 견우성과 직녀성인데 여름에 이보다 더 좋은 관광 상품을 찾기 힘들다. 피서지에서 견우성과 직녀성 한번 찾아보고 싶지 않은 관광객이 어디 있겠는가.
대전 같은 대도시에서도 견우성과 직녀성을 찾는 행사를 포함한 견우직녀축제가 8월 첫 주말에 열렸다. 수만 명의 인파가 구름처럼 모여들었는데 필자가 대전에 살면서 축제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참여한 모습은 처음 봤다. 여러 민속공연까지 곁들인 이 행사는 견우와 직녀의 만남을 넘어 과학과 예술의 만남으로 승화했다.
마침 대전은 갑천을 경계로 북쪽에는 국립중앙과학관과 엑스포과학공원이, 남쪽에는 예술의 전당과 문예공원이 자리 잡고 있다. 엑스포다리가 ‘오작교’가 되면 ‘과학의 견우’와 ‘예술의 직녀’가 만날 수밖에 없게 돼 있다.
이처럼 ‘불을 끄고 별을 켜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이제는 세계 여러 나라가 달과 화성에 우주선을 경쟁적으로 보내느라고 야단법석인 우주시대다. 우주시대에는 우주시대에 어울리는 ‘우주문화’가 있어야 한다. 우주문화를 융성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의 하나가 국민에게 별을 보여주는 일이다. 이런 이유에서 선진국에서는 가로등에 갓을 씌우는 캠페인도 심심치 않게 시행한다. 길만 밝아지는 것이 아니라 별이 더 잘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달그림자도 모르고 자라는 요즘 아이들에게 반드시 별을 돌려줘야 한다. 달그림자를 모르고 자라는 어린이가 과연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를 가슴으로 느끼고, 커서 달빛 속의 데이트를 즐길 수 있을까. 필자가 어렸을 때만 해도 밤에 손전등 없이 걸으면 도랑에 빠지기 일쑤였을 정도로 어두워서 별은 잘 보였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올여름 아이들과 함께 ‘은하여행’을 떠나 보자. 가족이 손을 잡고 어둠 속에서 하늘을 올려다보자. 별을 보며 가족 간에 사랑과 꿈을 키우자.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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