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그가 ‘마마보이’는 아니다. 펠프스가 일곱 살 때 남편과 이혼한 뒤 두 딸과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에 걸린 펠프스를 데리고 억척같이 살아온 엄마 데비 펠프스의 삶을 생각하면 이해할 만하다. 위대한 선수 뒤에는 대부분 땀과 눈물, 기도로 뒷바라지해 온 부모가 있지만 영광의 순간에 선수들이 주로 찾는 쪽은 엄마다. 그것도 덩치 큰 남자선수들이 말이다.
▷미국 웹진 ‘슬레이트’가 NBC 방송의 올림픽 중계를 기초 자료로 매일 집계해 발표하는 ‘올림픽 감성(感性)지수’에서 ‘엄마’가 1위를 차지했다. 역대 올림픽에서 자주 언급된 감상적 단어 33개를 고른 뒤 이 가운데 어떤 단어가 베이징 올림픽에서 빈번히 등장하는지 조사했더니 ‘엄마’가 지금까지 84차례로, ‘도전’ ‘용기’ ‘헌신’ ‘꿈’ ‘영광’ ‘영웅’ ‘기적’ ‘열정’ ‘눈물’ ‘승리’보다 많았다는 것이다. ‘아버지’는? 조사대상에 끼지도 못했다.
▷선수들의 ‘엄마 사랑’은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첫 금메달의 사나이 최민호는 인터뷰에서 “우리 엄마는 천사라요”라고 해 시청자들의 콧날을 시큰거리게 하면서 웃음도 안겼다. 그는 귀국하면 가장 하고 싶은 일로 “뒷바라지하며 고생한 엄마와 여행을 다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드민턴 혼합복식 금메달에 ‘얼짱’ 프리미엄까지 보태져 졸지에 ‘국민 남동생’이 된 이용대도 마찬가지. 뭇 여성을 설레게 한 TV 카메라 앞에서의 ‘깜짝 윙크’가 베이징에 함께 오지 못한 “엄마한테 한 것”이라니, 역시 엄마는 위대하다. 그렇잖아도 아버지들은 어깨가 처져 있는데….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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