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메달리스트의 엄마

  • 입력 2008년 8월 20일 02시 59분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8관왕에 오른 미국 수영선수 마이클 펠프스의 수상 소감이 화제다. 그는 17일 혼계영 400m에서 여덟 번째 금메달을 딴 뒤 첫마디로 “엄마가 보고 싶다”고 했다. 뒤이은 기자회견에서도 “30초만이라도 엄마와 함께 있고 싶다. (올림픽이 끝나면) 로마 수영대회에 참가할 것이다. 엄마가 로마 관광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국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로 꼽히며 여성들의 마음을 흔드는 선수의 소감치고는 뜻밖이었다. 그가 그토록 보고 싶어 한 엄마는 멀지도 않은 경기장 관중석에 앉아 있었다.

▷그렇다고 그가 ‘마마보이’는 아니다. 펠프스가 일곱 살 때 남편과 이혼한 뒤 두 딸과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에 걸린 펠프스를 데리고 억척같이 살아온 엄마 데비 펠프스의 삶을 생각하면 이해할 만하다. 위대한 선수 뒤에는 대부분 땀과 눈물, 기도로 뒷바라지해 온 부모가 있지만 영광의 순간에 선수들이 주로 찾는 쪽은 엄마다. 그것도 덩치 큰 남자선수들이 말이다.

▷미국 웹진 ‘슬레이트’가 NBC 방송의 올림픽 중계를 기초 자료로 매일 집계해 발표하는 ‘올림픽 감성(感性)지수’에서 ‘엄마’가 1위를 차지했다. 역대 올림픽에서 자주 언급된 감상적 단어 33개를 고른 뒤 이 가운데 어떤 단어가 베이징 올림픽에서 빈번히 등장하는지 조사했더니 ‘엄마’가 지금까지 84차례로, ‘도전’ ‘용기’ ‘헌신’ ‘꿈’ ‘영광’ ‘영웅’ ‘기적’ ‘열정’ ‘눈물’ ‘승리’보다 많았다는 것이다. ‘아버지’는? 조사대상에 끼지도 못했다.

▷선수들의 ‘엄마 사랑’은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첫 금메달의 사나이 최민호는 인터뷰에서 “우리 엄마는 천사라요”라고 해 시청자들의 콧날을 시큰거리게 하면서 웃음도 안겼다. 그는 귀국하면 가장 하고 싶은 일로 “뒷바라지하며 고생한 엄마와 여행을 다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드민턴 혼합복식 금메달에 ‘얼짱’ 프리미엄까지 보태져 졸지에 ‘국민 남동생’이 된 이용대도 마찬가지. 뭇 여성을 설레게 한 TV 카메라 앞에서의 ‘깜짝 윙크’가 베이징에 함께 오지 못한 “엄마한테 한 것”이라니, 역시 엄마는 위대하다. 그렇잖아도 아버지들은 어깨가 처져 있는데….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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