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황호택]收監원칙과 브래지어

  • 입력 2008년 8월 21일 04시 47분


브래지어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코르셋 대용으로 만들어졌다. 본래 프랑스어인 브래지어가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처음으로 등재된 것은 1911년. 브래지어는 여성의 가슴을 받쳐주고 모양을 내는 기능을 하지만 여권론자(女權論者)들은 억압의 상징물로 취급한다. 페미니스트들은 브래지어를 ‘남성들의 기대와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개발된 속옷’이라고 규정하며 브래지어를 불태우는 세리머니를 연출하기도 한다.

▷브래지어를 착용하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다. 여성 대다수는 멋있게 보이기 위해 브래지어를 착용한다. 정숙한 옷차림을 나타내는 문화 규범으로 보는 여성도 있다. 브래지어 때문에 어깨나 등이 아프다고 호소하는 여성도 있지만, 브래지어를 하는 게 더 편하다고 느끼는 여성도 많다. 브래지어를 착용하던 여성이 갑자기 안하면 신체의 느낌이 달라져 괜스레 신경이 쓰일 것이다. 특히 자의(自意)에 반(反)해 브래지어를 풀게 되면 수치심과 불쾌감이 증폭될 수도 있다.

▷경찰이 불법시위 여성들을 유치장에 수감(收監)하면서 브래지어를 벗게 한 것을 두고 일부 매체와 인권단체가 성적 수치심을 주는 인권침해라고 비판하고 있다. 여경이 연행된 여성의 겉옷 위에 가운을 입게 하고 브래지어를 본인 스스로 벗게 한 뒤 소지품 바구니에 넣어 별도로 보관했다는 것이다. 경찰로서도 험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유치장에서 사고 예방을 위한 신체검사 및 소지품 유치를 소홀히 할 수 없을 것이다.

▷경찰청 훈령인 ‘피의자 유치 및 호송규칙’에 따르면 위험물은 피의자가 소지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혁대 넥타이 금속물처럼 자살에 이용될 우려가 있는 물건, 성냥 라이터 담배 주류 등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물건, 독극물 및 다량 복용하면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약품이 이에 해당한다. 경찰 업무편람은 브래지어를 이용한 자살 사례를 소개하며 ‘위험물’로 분류하고 있다. 촛불시위 현장에서 연행된 여성이라고 해서 불리한 처분을 받아서는 안 되겠지만, 일반 수감자와 다른 특별대우를 요구해서도 안된다. ‘브래지어 수감원칙’이 사람에 따라 달라지면 다른 여성 피의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

황호택 수석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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