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도르핀(endorphin)은 뇌에서 생성되는 천연 진통제라고 할 수 있다. 1975년 생화학자인 한스 코스터리츠 영국 애버딘대 교수가 처음 발견했다. 그는 이 물질이 모르핀보다 200배나 진통 효과가 강한 점에 착안해 ‘체내의 모르핀’이라는 의미로 엔도르핀으로 이름을 붙였다. 국내에서는 1988년 이상구 박사가 ‘엔도르핀 이론’을 들고 나와 건강 열풍을 일으키면서 ‘행복 물질’로 인식되고 있다.
▷엔도르핀은 자동적으로 분비되지 않는다. 낙천적인 성격의 사람이라고 해도 마음과 몸이 행복하지 않으면 엔도르핀을 만들어낼 수 없다. 기쁘고 즐거우면 엔도르핀이 생성되지만 우울하고 기분이 나쁘면 정반대의 효과를 내는 아드레날린이 분비된다. 웃음은 엔도르핀 생성 촉진제로 알려져 있다. 좋아하는 운동을 하거나 섹스를 할 때도 엔도르핀이 만들어진다. 독일 뮌헨공대 헤닝 뵈커 교수팀은 육상선수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장거리 달리기를 하면 엔도르핀 분비량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 대통령은 오늘로 취임 6개월을 맞았지만 벌써 두 차례나 대(對)국민 사과를 했다. 지지율은 10%대까지 떨어졌다가 상승세로 돌아섰다고는 해도 아직 안정기조는 아니다. 객관적으로는 엔도르핀이 만들어질 분위기가 아니다. 지난 6개월 국민의 살림살이 형편을 두루 살펴보고 엔도르핀 얘기를 한 것인지 모르겠다. 국정은 국민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치고 민생은 참으로 고단하다. 야구 경기와 올림픽 메달 집계가 잠시 시름을 잊게 했지만, 일자리를 찾는 실업자들이 널려 있고 자영업자들은 장사가 되지 않는다고 한숨이다. 물가가 올라 추석을 쇨 일도 걱정이다. 이 대통령은 엔도르핀이 도는 모양이지만 국민은 엔도르핀 부족이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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